사냥엔 성차별 없었다, 원시부족 8할은 여성도 사냥

사냥엔 성차별

사냥엔 성차별 없었다, 원시부족 8할은 여성도 사냥

사냥엔 성차별 없었다, 원시부족 8할은 여성도 사냥

우주의 유령 입자, 우리은하에서도 나왔다

남성은 활을 들고 사냥에 나가고, 여성은 마을 주변에서 과일과 버섯을 딴다. 원시사회를 그린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잘못된 신화로 밝혀졌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 원시 부족에서 대부분 여성이 사냥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대 인류학과의 카라 월-셰플러(Cara Wall-Scheffler)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전 세계 수렵채집사회 10곳 중 8곳에서 여성이 사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작은 동물만 사냥하는 것은 아니다. 사냥에서 남녀 차별이 없는 사회 3분의 1에서 여성은 30㎏ 이상의 큰 동물도 사냥했다.

월-셰플러 교수는 “이번 결과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수렵채집 사회를 대표할 수 있다”며 “거의 150년 동안 나온 모든 대륙과 문화를 대상으로 한 모든 인류학 연구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사냥엔 성차별 사냥 도구, 전략도 여성이 더 다양

수렵채집사회의 성별에 따른 노동 분업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최근 새로운 고고학 연구 결과에 도전받고 있다.

많은 사회에서 여성들이 사냥 도구와 함께 매장된 채 발굴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여성이 사냥에 참여한 것은 예전 일이며, 요즘은 남성이 사냥하고 여성은 채집한다는 패러다임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늘날애도 수렵채집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하드자족과 남아프리카의 산족도 실제로 남성만 사냥하고 있다.

이번 연구진은 수렵채집사회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지난 150년 동안 1400여 수렵채집사회를 조사한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사냥에 대한 기록은 63곳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그중 50곳(79%)에서 여성이 사냥하는 모습이 묘사된 것을 확인했다.

여성 사냥꾼은 다른 일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동물을 잡은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1곳에서는 사냥이 의도적인지, 우발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는데, 87%가 의도적 사냥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사냥법을 가르치는 데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사냥 도구나 전략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다양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남성은 혼자 사냥하거나 같은 남성과 짝을 지어 나섰지만, 여성은 대부분 집단으로 사냥했다. 여성은 혼자 사냥하거나 남성이나 여성, 어린이, 개와 함께 사냥했다.

사냥 도구도 여성이 더 다양하게 사용했다. 여성은 주로 활과 화살을 썼지만, 때로는 칼과 창, 석궁, 그물도 사용했다.

여성의 사냥 도구가 훨씬 다양한 것은 임신 중이거나 아기를 업은 채 사냥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월-셰플러 교수는 “아기를 업은 여성이 동물을 사냥하러 나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많은 사회에서 여성이 사냥했고 지금도 한다는 점에서 남성만 사냥한다는 통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 사냥 증거 잇따라 나와

연구진은 지금까지 성 역할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이 과거 고고학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부 연구자들은 여성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을 사냥 도구로 해석하기를 꺼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를 반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20년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페루의 고지대에서 생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냥 도구와 같이 매장된 9000년 전 여성의 유골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여성의 나이는 17~19세로, 사냥에 쓰인 석기 20점과 같이 발굴됐다.

처음에 석기들이 가지런히 배치된 모양으로 보아 신분이 높은 남성이 묻혔다고 추정됐다.

하지만 유골의 치아 법랑질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아멜로제닌 단백질을 분석했더니 여성으로 밝혀졌다.

여성의 치아는 생전 고기를 많이 먹은 전형적인 사냥꾼의 형태를 보였다.

원시 수렵사회의 남성 사냥꾼 가설은 1966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인류 진화 심포지엄에 처음 제기된 후 학계에 정설로 이어졌다.

남녀 역할 구분은 100만년 전부터 확립된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학자가 고대 여성 전사가 발굴된 점을 들어 반론을 펴기도 했지만, 정설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십년 사이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면서 기존의 성 역할 구분 개념은 도전받고 있다.

1980년대 필리핀의 아그타족 여성이 자기 키만 한 활을 들고 멧돼지와 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이 관찰됐고, 아마존의 마테스족 여성이 정글도로 대형 설치류를 잡는 모습도 목격됐다.

1990년대 중앙아프리카에서는 증조할머니와 5세 손녀가 같이 동물을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상희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그동안 남성은 힘이 우월해서 사냥꾼이 될 수 있었고, 여성은 아기 때문에 사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임기 여성이 생리하면 피 냄새로 맹수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여성이 임신 중이거나 아기를 업고도 사냥을 했다는 증거가 나와 이런 생각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월-셰플러 교수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나온 증거는 대부분 문화권에서 여성이 생계를 위한 사냥에 참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과거 발굴된 고고학 유물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향후 연구에서 남녀 성 역할이 고정된 것으로 잘못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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