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포유류서 수유로 집단 전파 가능
조류인플루엔자 포유류서 수유로 집단 전파 가능
미국과 일본 연구진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젖소에서 다른 포유류로 퍼지는 경로를 밝혔다.
포유류 동물이 감염된 젖소에서 나온 원유를 먹다가 비강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지고
나중에 젖샘을 통해 집단의 다른 개체로 확산됐다.
이번 바이러스는 이전 H5N1과 달리 조류와 인간의 수용체에 모두 결합할 수 있어 확산 위험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와 일본 도쿄대, 시즈오카대 공동 연구진은 미국 젖소 사이에
퍼진 H5N1 바이러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일 공개했다.
H5N1은 주로 조류에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가 각각 5형, 1형이다.
HA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인체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럿 감염시키며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와 캔자스주에서 고병원성 H5N1에 감염된 젖소가 처음 보고됐다.
이후 H5N1 감염이 12개 주로 확산되면서 젖소를 통한 인체 감염 사례도 네 차례 발생했다.
미 보건 당국은 감염된 젖소의 원유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보고 젖을 만들고
분비하는 젖샘 감염과 오염된 착유 장비가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H5N1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뉴멕시코주의 감염된 젖소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했다.
그리고 포유류의 인플루엔자 확산 연구에 사용되는 생쥐와 흰족제비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살폈다.
젖소의 H5N1 바이러스는 원유를 먹은 생쥐와 흰족제비의 비강을 통해 침투했다.
이후 바이러스는 온몸으로 퍼졌다. 감염된 생쥐의 젖을 먹은 새끼에서도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젖샘이 포유류 집단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흰족제비 사이에서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젖소에서 추출한 H5N1 바이러스는 조류와 인간의 세포 표면의 수용체 단백질에 모두 결합했다.
이전 H5N1 바이러스는 그러지 못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 집단에 퍼지면 나중에 인간 사이에서 전염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감염 동물과 접촉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데 그쳤다.
그래도 치명률이 높아 각국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했다.
2003년 초부터 지난 4월 초까지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는 889건으로 세계 23국에서 나타났다.
그중 463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52%에 달한다.
로버트 레드필드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능력을 갖추면 인간 사이에 대유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드필드 전 국장은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되면 사망률이 25~50%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망률 0.6%에 비교해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시간문제로, 일어날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