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뇌에서 자란 시궁쥐 신경 후각 되찾았다
생쥐 뇌에서 자란 시궁쥐 신경 후각 되찾았다
태어날 때부터 후각세포가 없던 생쥐가 다시 쿠키 냄새를 맡았다.
자신보다 더 큰 시궁쥐의 후각세포가 뇌에서 자란 덕분이다.
과학자들은 종(種)이 다른 동물들의 세포를 융합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연구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영화 ‘혹성탈출’처럼 사람의 의식을 가진 원숭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크리스틴 볼드윈(Kristin Baldwin)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26일 국제 학술지 ‘셀’에 “생쥐가 시궁쥐의 줄기세포를 받아 뇌에서
두 동물의 세포가 융합하면서 잃어버렸던 후각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한 동물이 종이 다른 동물의 감각세포를 통해 세상을 감지하고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텍사스대 연구진은 생쥐의 배아(수정란)에 시궁쥐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뇌에서 두 동물의 세포가 융합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진은 두 동물의 신경세포를 융합시켜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다른 동물의 세포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생쥐의 배아에서 유전자를 변형시켜 후각세포가 자라지 못하게 했다.
그다음 생쥐 배아에 시궁쥐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연구진은 나중에 생쥐가 다 자란 뒤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생쥐와 시궁쥐의 세포가 연결되면서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 회로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시궁쥐는 생쥐보다 느리게 자라고 뇌가 더 크지만, 생쥐 뇌에 있는 시궁쥐의 신경세포는 생쥐의 세포와 같은 속도와 형태로 자랐다.
볼드윈 교수는 “생쥐의 뇌 거의 모든 곳에서 시궁쥐 세포를 볼 수 있었다”며 “이는 다른 동물의 신경세포 도입에 대한 장벽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신경세포 융합으로 뇌 기능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에게 숨겨둔 오레오 쿠키를 찾도록 했다.
실험 결과 유전자 변형으로 후각세포를 없앤 다른 생쥐와 달리 배아 단계에서 시궁쥐 세포를 주입받은 생쥐는 쉽게 쿠키를 찾았다.
특히 시궁쥐 세포를 가진 생쥐 중에도 쿠키를 더 잘 찾는 생쥐가 있었다.
연구진은 그런 생쥐는 발생 과정에서 원래 자신의 후각세포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기능을 잃어도 여전히 고유의 후각세포를 유지한 생쥐는 쿠키를 찾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장 난 부품을 빼고 다른 부품을 끼워 넣듯, 기능을 잃은 신경세포를 없앤 후에 다른 동물의 세포를 주입해야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볼드윈 교수는 “퇴행성 신경 질환과 자폐증, 조현병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를 다른 종의
신경세포로 치료하려면 먼저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된 원래 신경세포를 비워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른바 ‘키메라(chimera)’ 연구의 일환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자의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동물인 키메라처럼, 한 동물에서 종이 다른 동물의 줄기세포를 키워 발생과 질병을 연구하고 나아가 갈수록 부족해지는 이식용 장기까지 얻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심장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돼지 배아에 사람 줄기세포를 넣어 인간화된 심장을 얻는 식이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게 2017년 나카우치 히로마쓰 스탠퍼드대 교수의 실험이었다.
당시 연구진은 시궁쥐의 몸에서 생쥐의 체장을 키웠다. 나중에 이 췌장을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게 이식했더니 치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