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 상온 초전도 논문 철회
미국 과학자 상온 초전도 논문 철회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가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超傳導) 현상을 일상 온도에서 구현했다고 발표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철회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상온 초전도체 LK-99가 학계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된 가운데, 유일하게 논문으로 발표된 상온 초전도체마저 퇴출당한 것이다.
네이처지는 7일(현지 시각)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디아스(Ranga Dias)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저자 요청에 따라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시 논문의 저자 11명 중 디아스 교수를 포함해 로체스터대 연구진 3명을 제외한 8명은 네이처에 논문 철회를 요청했다.
디아스 교수 연구진은 당시 논문에 섭씨 21도와 대기압 1만배 정도 압력 조건에서 상온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저자들은 네이처에 “재료의 출처와 실험 측정 데이터, 분석 방법 등이 정확하지 않다”며 “이런 문제가 논문의 진실성(integrity)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네이처지는 이날 “논문의 전기 저항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다른 경로로 제기됐다”며
“자체 조사 결과 이런 우려가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디아스 교수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논문이 철회됐다.
디아스 교수는 지난 2020년 네이처에 섭씨 15도에서 수소와 탄소, 황을 다이아몬드 모루 사이에 넣고 압착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성과는 그해 사이언스지의 10대 과학 성과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네이처는 디아스 교수가 실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한 의혹이 있다고 논문을 철회했다.
네이처지는 당시 “디아스 교수 연구진이 논문의 표 두 개에 나온 실험 데이터에서 비정상 신호를 빼면서 표준적이지 않고
자신들이 임의로 규정한 절차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결론에 맞추기 위해 실험 데이터를 손봤다는 의미였다.
초전도는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과 함께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같은 세기의 자기장이 생기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과학자들은 디아스 교수 연구진이 전기저항에 대한 데이터는 밝혔지만, 자기장 관련 자료는 누락시켰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8월에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지가 디아스 교수를 비롯해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2021년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철회했다.
학술지의 논문 철회에는 디아스 교수를 제외한 9명이 모두 동의했다.
학술지 측은 “디아스 교수가 과학 논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대신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디아스 교수는 올 3월 네이처에 다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하며 명예회복을 노렸다.
그는 이번에는 희토류 원소인 루테튬에 수소와 질소를 넣고 대기압의 2만배 압력으로 압착하고 3일간 섭씨 200도로 구웠다.
압력은 낮추고 온도는 높인 것이다.
이 역시 앞서 논문들과 비슷한 이유로 철회되면서 디아스 교수의 연구 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실하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인체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초전도선 덕분에 전자석에서 전류가 저항 없이 흘러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압도하는 양자컴퓨터도 초전도체가 기반이 됐다.
문제는 현재 초전도선은 극저온에서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선 피복 안으로 극저온을 유도하는 액체 질소나 헬륨이 흐른다.
MRI도 양자컴퓨터도 거대한 냉장고에서만 가동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100년 넘도록 더 높은 온도,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경쟁했다.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지인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가 섭씨 영하 269도에서 처음 발견했다.
납과 니오븀 합금, 주석 등에서 초전도 현상이 구현됐다. 이 공로로 1923년 노벨 물리힉상을 받았다.
미국 물리학자인 존 바딘(John Bardeen)과 레온 쿠퍼(Leon Cooper),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는 1957년 자신들의
이름을 첫 글자를 딴 이른바 BCS 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을 설명했다.
결정 격자 구조의 진동이 전자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쌍이 저항을 받지 않고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고 설명한다.
전자쌍을 유도하는 결정 격자 구조의 진동은 영하 233도 이상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 과학자는 BCS 이론으로 1972년 노벨상을 받았다.
상온 초전도 연구는 최근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초고압으로 초전도 온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