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으로 망가진 뇌 회로 살린다 중독 없앨 근본 치료제 개발
마약으로 망가진 뇌 회로 살린다 중독 없앨 근본 치료제 개발
종합편성체널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던 서민재(개명 전 서은우)씨는 소셜미디어에
‘저는 마약사범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마약을 한 이후 망가진 자신의 삶을 고백했다.
서씨는 “마약에 한 번 손을 대자 평생 쌓아 온 모든 사랑하는 것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경고와 고백에도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청소년의 2.6%가 마약류 물질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마약이 사회 곳곳에 퍼진 탓에 10대 청소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마약과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관세청이 마약 밀수를 막고, 경찰청이 마약 유통조직을 잡는다.
이제 마약과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기 위해 과학자까지 나섰다.
단속과 처벌을 넘어서 마약 중독의 원리를 밝혀내고, 마약 중독 자체를 치료하는 치료제가 등장해야만 마약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과 싸우는 과학자들이다.
마약 중독 치료제도 마약 성분 함유
지난 4일 대전 연구실에서 만난 한순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는 “마약 중독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마약 중독을 범죄 행위로만 보지만, 사실 치료가 가능한 질병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매년 수십 종의 신종 마약이 등장하지만, 마약 중독을 치료할 치료제는 제대로 개발된 적이 없다.
망가진 뇌를 되살리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려운 데다, 임상시험이 어려워 글로벌 제약사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증상을 낮추는 정도에 그친다고 보고, 그와 다른 근본적 치료제에 도전했다.
지금도 마약중독 치료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약은 있다. 한 교수는 엄밀히 말해서 치료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날록손(naloxone) 같은 오피오이드(opioid) 성분을 함유한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농도를 마약 복용보다는
낮고 금단 현상을 유발하는 것보다는 높은 정도로 유지한다”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출 뿐 근본적으로 망가진 뇌 회로를 회복하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유사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이다. 보통 통증을 줄이는 용도로 쓰지만 과도하면 마약이 된다.
오피오이드를 많이 복용하면 신경세포에서 도파민 농도가 높아져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체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쁨과 쾌감을 느끼게 한다.
뇌는 도파민 수용체의 발현을 줄이는 식으로 오피오이드에 대응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성이 생기고, 전과 같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마약 복용량을 늘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마약 복용을 중단하면 생기는 불안 증세나 우울증 같은 금단 현상은 뇌의 기능 저하로 정상적인 도파민 전달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미국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7941명 나오는데, 이 중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8만1806명이었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마약 중독 치료제는 오피오이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메타돈(methadone), 부프레노르핀(buprenorphine), 날트렉손(naltrexone), 날록손이 다 그렇다.
불법 마약을 복용할 때보다 완곡한 보상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마약 복용을 중단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줄여준다.
중독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만, 오피오이드를 함유하고 있고 중독성도 있다.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면 6개월 안에 다시 불법 마약을 복용할 확률이 50%나 된다.
그나마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류는 임시 방편이라도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나 코카인은 이런 치료제조차 없다.
한 교수는 “필로폰이나 코카인은 오피오이드 계열의 마약류와 작용하는 원리가 다른데, 여기에 맞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