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나온다
더 빨리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나온다
국내 벤처기업 위켄드랩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나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에 쓰고 남은 계란이나 오리알 노른자,
커피찌꺼기와 두부 찌꺼기 등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다. 테이블이나 접시, 그릇, 캔들 홀더가 주 생산품이다.
음식물 쓰레기에 든 단백질이나 섬유질 등을 추출해 치즈나 종이를 만들 듯이 굳히는 방식이다.
이미 잘 썩는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동식물 사체처럼 빠르게 썩고,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기존에 쌓여 있던 폐기물 양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이처럼 파리와 새우, 게의 사체 성분을 이용해 빠르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
갑각류와 곤충 같은 절지동물의 단단한 껍데기에 많이 들어있는 ‘키틴’ 성분을 이용한 것이다.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많이 쓰이는 세균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달걀 껍데기 등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기상천외한 재료들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흙이나 물속 아무 데나 버려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동식물 사체처럼 빠르게 썩는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얻은 탄소화합물로 만든다. 가볍고 튼튼하며 가공이 쉬워 생활용품 대부분의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썩는 데 이르면 500년, 길게는 1만 년 이상 걸린다. 인류가 만드는 플라스틱이 내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여전히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4억3800만t에 이른다.
문제는 ‘친환경’이나 ‘바이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제품 역시 대중의 인식보다 느리게 썩는다는 점이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로 만든 플라스틱(PLA)은 고온 68도 이상 조건에서만 6개월~1년만에 완전히 썩는다.
상온에서는 반년 이상 지나도 10%가 채 썩지 못한다.
PLA를 완전히 썩히려면 전문 처리 시설이 있어야 하고,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름만 친환경이지 실상은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미생물이 만든 고분자로 만든 플라스틱(PHA)이나 석유로 만들었지만 산소와 열, 빛, 효소와 반응해 자연분해하는 플라스틱(PBAT)은
단가가 2~5배나 더 비싸고 기존 플라스틱보다 열이나 압력에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물론 PHA와 PBAT도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
연구진은 원래 사탕수수나 나무에서 얻은 포도당으로 플라스틱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쓸모없이 버려지는 폐기물 중에서 플라스틱 재료를 찾는 것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살코기는 식용이지만 껍데기는 ‘음식물 쓰레기’인 게와 새우, 동물 사료를 만들기 위해 유충을 기르지만 성충이 되면 버려지는 검은동애등에 등에 착안했다.
동애등에는 파리의 한 종류인 곤충이다.
연구진은 동애등에와 게, 새우 사체를 에탄올과 산성, 단백질 제거 등 처리해 순수한 키틴을 추출해 정제하는 기술을 기발했다.
이것을 화학반응으로 아세틸기(CH3CO-)를 없애, 1분만에 자기 무게의 47배나 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겔형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현재 다당류인 키틴을 단당류로 잘게 부서 폴리카보네이트와 폴리우레탄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플라스틱은 자연에 버려지더라도 생물인 파리나 게, 새우 사체처럼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빨리 썩어 없어지며 미세플라스틱이나 환경 호르몬 같은 오염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이 연구결과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화학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