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영웅 이 이젠 산업스파이 해넘긴 항우연 수사 감사
누리호 영웅 이 이젠 산업스파이 해넘긴 항우연 수사 감사
막 오르는 다보스포럼 과학계 최대 관심사는 AI 기후변화
지난해 한국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개발에 성공하며 자력으로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누리호 개발과 발사를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자들을 ‘영웅 대접’하며 추켜 세웠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한 뒤 3개월이 조금 지난 작년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착수했다.
정확히는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를 달성하기 위해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0,800원 ▼ 500 -0.35%)로 이직하려는 누리호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였다.
과기정통부가 문제 삼은 것은 연구자들의 기술유출 정황이다.
이직을 결정한 연구자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 낸 흔적과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이다.
국가정보원 점검에 이어 과기정통부 특정감사, 과기정통부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수사를 진행하는 대전지검은 연구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누리호 영웅들이 하루아침에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 한 범죄자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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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떠들썩하던 누리호 기술유출 사건은 어떻게 끝났을까.
15일 조선비즈 취재결과, 누리호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는 압수수색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31일 진행한 압수수색 이후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수사를 받는 연구자들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시작되지 않았다.
조사를 시작만 하고 진행은 하지 않으면서 피의자의 진만 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연구자들은 검찰 수사의 압박감에 눈에 띌 만큼 살이 빠지고 초췌해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압수수색 한 자료들의 양이 몇 달을 봐야 하는 양이 아니다”며 “자료를 어디로 빼돌렸는지,
누구한테 줬는지에 대한 여부만 보면 되는 건지 왜 이렇게 수사를 오래 끄는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와 압수수색은 엄청 빠르게 진행하더니 잠잠해졌다”고 덧붙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빠른 압수수색에 비해 피의자 조사가 느리게 진행되는 건 애초에
수사의 목적이 기술유출 범죄보다 연구자들에 대한 압박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의 특정감사도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작년 9월 4일 시작된 특정감사가 해를 넘겨서까지 진행되고 있다.
누리호 연구진은 발사에 성공하고도 1년 중 3분의 1을 감사를 받으며 보내고 있다.
한 누리호 연구자는 “발사에 실패했으면 이보다 더 심하게 괴롭혔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버틴다”고 말했다.
특정감사가 길어지면서 애초 기술유출을 명목으로 시작된 감사 목적은 잊혀진 지 오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직하려는 연구자를 상대로 시작된 감사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 전체로 확대됐다.
기술유출이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문제가 없었는지 샅샅이 뒤지는 감사로 목적이 아예 달라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정액기술료와 경상기술료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항우연은 기술가치 평가까지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기술이전료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연구자들의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며 해를 넘겨 감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