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어도 학습 능력 갖춘 해파리 기억력의 기원 찾을까
뇌 없어도 학습 능력 갖춘 해파리 기억력의 기원 찾을까
인간의 기억력은 뇌의 일부인 해마에서 조절한다.
인간뿐 아니라 대부분 동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뇌가 없이도 기억과 학습을 할 수 있는 동물이 발견됐다.
그 주인공은 해파리다. 뇌 없이 단순한 신경계로 이뤄진 해파리의 능력을 이해하면
다른 동물이 가진 뇌 기능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독일 킬대와 덴마크 코펜하겐대가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23일 “해파리는 뇌가 없더라도
과거 경험을 기억하고 학습 능력이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바다에 사는 해파리는 독특한 생김새와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우산 모양의 몸통과 입 역할을 하는 구완, 손처럼 쓸 수 있는 촉수를 갖고 있다.
몸통은 젤라틴성 물질로 이뤄져 내부가 투명하게 비친다.
그러나 해파리의 몸 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뇌는 찾을 수 없다.
몸통을 움직이는 기능은 몸 전체에 뻗어 있는 신경망이 대신한다.
물론 인간처럼 과거를 기억하거나 학습을 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의 원시적인 형태다.
실제로 바다 속을 헤엄치는 해파리의 움직임을 보면 물살에 몸을 맡기고 흘러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 헤엄치더라도 수시로 방향을 바꿔가며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주로 관찰된다.
연구진은 ‘캐리비안 상자 해파리’를 연구해 뇌가 없는 해파리도
과거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캐리비안 상자 해파리는 몸통 크기가 손톱 정도에 불과하고 몸통 중앙에 24개의 눈을 갖고 있다.
주로 맹그로브 습지에 살면서 시각 신경을 활용해 물 속을 헤치면서 헤엄치고 먹이를 사냥한다.
장 비엘레키 독일 킬대 생리학연구소 교수는 “학습은 신경계가 가진 최고의 기능”이라며
“해파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보를 주면 최고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해파리에 학습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조에서 실험했다.
이들의 서식지인 맹그로브를 모사하기 위해 회색 구조물을 이용해 맹그로브의 뿌리처럼 보이게 했다.
수조에 해파리를 풀어놓고 7분 30초가량 행동을 관찰한 결과,
해파리들은 이동하면서 구조물에 계속 부딪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험이 반복되면서 해파리들은 구조물과 거리를 넓혀 충돌 횟수를 줄여 나갔다.
10여차례 반복된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자 해파리는 처음보다 구조물에 50% 이상 먼 거리로 헤엄쳤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구조물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횟수는 4배 늘었다.
같은 환경에 반복해 노출되면서 해파리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뇌가 없더라도 해파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학습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시각기관을 별도로 분리해 실험도 진행했다.
캐리비안 상자 해파리는 ‘로팔리아’라고 불리는 시각기관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6개의 눈이 달려 있으며 전기 신호를 내는 신경세포들이 존재한다.
앤더스 감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복잡한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구조에서부터 접근해야 한다”며
“해파리의 상대적으로 단순한 신경계를 살펴보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신경계 기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팔리아에 인공 구조물을 처음 보여줬을 때는 전기 신호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기 신호는 해파리가 장애물을 보고 시각적, 기계적 자극을 느꼈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구조물을 보여준 후 인위적으로 전기자극을 줘 마치 충돌한 것 같은 효과를 반복해서 주자 구조물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뇌가 없더라도 반복된 자극에 노출되면 장애물을 학습하고 이를 회피하려고 시도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비교적 간단한 수준의 해파리 신경계를 이해해 동물의 학습 능력의 기원을 밝힌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