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원상복구 이상으로 늘린다
내년 R&D 예산 원상복구 이상으로 늘린다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 전보다도 더 늘어난 규모로 증액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2025년도 정부 R&D 예산은 2023년을 기준으로 ‘원상복구’ 이상으로 기조를 잡고 구체적인 규모를 조율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보조금 형식으로 뿌려지는 정부 R&D 예산이 너무 많았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했는데, 한 차례 예산 조정을 거치면서 R&D 예산
비효율이 많이 정리됐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R&D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2023년(31조1000억원)에 비해 4조6000억원(14.7%) 삭감됐다.
다만 정부는 국제 기준에 따라 교육·기타 부문 R&D를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한 1조8000억원을 제외하면 2023년 정부
R&D 규모는 31조1000억원이 아니라 29조3000억원이라고 설명한다.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여도 감축 규모가 조금 달라질 뿐 R&D
예산이 삭감된 건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컸는데
내년에는 2023년 예산보다 높은 수준으로 다시 R&D 예산을 ‘원상복구’하기로 정부 내부적으로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1년 만에 R&D 예산을 ‘원상복구’ 이상으로 회복하기로 한 건 지난해 문제로 지적됐던 각종 비효율과 낭비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R&D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 현장의 비효율이 개선됐다는 내용의 보고를
대통령실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도 R&D 예산의 원상복구가 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R&D 시스템만 고치면 예산을 복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100조원까지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작년 11월 2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우수 신진 연구자와의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우수한 연구자가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친다’는 전제로 예산을 지금의 2배, 3배, 100조원까지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면서 “내년도 R&D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 이후 글로벌 연구 협력과 신진 연구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R&D 시스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중소기업에 보조금 형식으로 뿌려지던 연구과제와 사업을 대폭 정리하고, 소규모 과제 대신 대형 연구과제와 여러 연구기관이 협업하는 과제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예산 삭감을 통해 R&D 체계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작업이 많이 진행됐다”며
“이제는 늘어나는 R&D 예산에 맞춰 충분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도 R&D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혁신도전형 R&D 분야에 내년에 1조원을 투자하고, 2027년까지 정부 전체 R&D 예산의 5%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일률적인 예산 삭감 과정에서 폭발했던 연구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는 건 과기정통부의 숙제로 남아 있다.
IBS 연구단을 이끄는 한 대학 교수는 “1년 만에 예산을 원상복구하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예산 삭감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건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R&D 시스템의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데 여전히 연구자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이 개선됐다는 건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