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붕 밑 누비는 무인 잠수함 크레바스 역할 밝혀냈다
남극 빙붕 밑 누비는 무인 잠수함 크레바스 역할 밝혀냈다
미국 연구진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을 이용해 남극 빙붕과 바다가 맞닿는 지역을 탐사했다.
빙붕 균열로 생긴 크레바스가 남극 해양 순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번 탐사로 밝혀냈다.
로봇을 이용한 직접 탐사로 남극 바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해양 순환을 예측하는 모델링의 정확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피터 와샴(Peter Washam) 미국 코넬대 천문학부 연구과학자 연구팀은 원격 잠수함을 이용해 크레바스가 남극
빙붕 아래의 해수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8일 게재됐다.
빙붕(Ice Shelf)은 빙하나 빙상이 바다를 만나 평평하게 얼어붙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의미한다.
바다에 떠 있는 일 년 내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빙하가 바다로 쏟아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크레바스는 빙붕에 응력이 쌓여 갈라지는 틈으로,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융빙수를 배출한다.
연구팀은 원격으로 작동되는 잠수함 로봇 ‘아이스핀(Icefin)’을 이용해 남극에서 큰 빙붕 중 하나인 로스(Ross) 빙붕을 탐사했다.
아이스핀은 무게 130㎏, 길이 360㎝, 둘레 25.4㎝의 로봇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 수중 음파 탐지기로 해저를 3차원(D)으로 파악한다.
염도와 온도, 용존산소도, 물의 탁도를 측정하는 장비가 실려 다양한 해양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연구팀은 로스 빙붕 북서쪽에 인접한 캄프 빙류(Kamb Ine Stream)의 크레바스에서 아이스핀을 580m 아래로 내려보냈다.
아이스핀은 빙붕과 빙류 사이에서의 해류 상승·하강,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크레바스를 중심으로 해수의 소용돌이 모양의 순환 패턴과 융빙수와의 상호 작용이 관측됐다.
크레바스 하부에서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물은 온도가 더 높은 해수와 합쳐서 소용돌이 모양의 순환을 만든다.
이 순환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융빙수와 섞여 염도가 내려간 상태에서 크레바스 상부에 가까워질수록 온도가 낮아져 소금을 배출하며 얼게 된다.
결국, 상부에는 융빙수와 해수가 합쳐져 퇴적된 얼음이 쌓이고, 하부는 용융이 계속 일어나 크레바스는 없어진다.
연구팀은 탐사한 크레바스 하부가 1년에 0.26m씩 짧아져 127년 후에는 얼음이 쌓인 상부만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크레바스 상부에 쌓인 얼음은 남극으로 흘러온 광물과 유기물을 포함해 초록색을 띤다.
남극의 빙하가 일반적인 얼음과 달리 영롱한 빛을 내는 것도 크레바스와 해수의 상호 작용으로 나타난 결과다.
크레바스가 남극 해양 순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연구팀은 탐사 지역인 캄브 빙류의 원천 해양 질량 중 28%가 크레바스를 통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캄브 빙류는 로스 빙붕과 북서쪽에 위치한 남극 대륙이 인접한 곳으로, 그동안 남극 해양 순환을 예측하는
모델링에서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극 곳곳에 있는 크레바스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구 해수면 상승과 남극 빙붕 변화 모델링의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와샴 교수는 “크레바스의 각 특징은 서로 다른 유형의 순환이나 해수 온도와 결빙의 관계를 드러낸다”며
“크레바스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특징이 있고 순환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극에서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빙붕과 해수 접경지역에서 용융물과 해양 특성을 파악하는 데 크레바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미래의 해수면 상승과 빙상 변화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지역 빙상 모델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