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백신 여러 번 맞았더니 항체끼리 서로 공격

HIV 백신 여러 번 맞았더니 항체끼리 서로 공격

HIV 백신 여러 번 맞았더니 항체끼리 서로 공격

HIV 백신 여러 번 맞았더니 항체끼리 서로 공격

뇌처럼 작동하는 차세대 반도체 칩 개발

HIV 백신을 반복 접종하면 바이러스를 막아야 할 항체들이 오히려 서로를 공격하며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독감 백신과 같이 반복 접종이 요구되는 백신의 설계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와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EPFL)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백신을 여러 번 맞을 때 면역 체계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작동해 백신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18일 게재됐다.

HIV 바이러스는 사람의 면역 체계를 공격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바이러스다.

HIV 감염으로 인체의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되면 감염증이나 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를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라고 한다.

현재 HIV에 대한 백신이 있지만 한 번 접종만으로는 충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어렵다.

HIV 바이러스는 몸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며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 접종을 통해 면역 체계가 다양한 형태의 HIV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HIV 바이러스는 겉껍질(외피 단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의 면역 체계가 쉽게 공격하지 못하지만,

반복 접종은 바이러스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강력한 항체를 만들고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기억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미국의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한 HIV 백신 ‘레나카파비르’는 연 2회 접종하면 감염 위험을 약 96% 낮춰준다.

연구진은 HIV 백신의 반복 접종이 면역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토끼와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HIV 백신을 반복 접종한 뒤 생긴 항체들을 관찰한 결과, 원래는 HIV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항체(1차 항체, 항 HIV 항체)가 다른 항체들의 공격 대상이 되는 걸 발견했다.

항 HIV 항체를 공격하는 항체는 ‘항 면역복합체 항체’라고 한다.

항 면역복합체 항체는 단순히 항 HIV 항체를 공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원과 항체 복합체와 결합해 면역 반응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자리를 차지해 버려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연구진은 항 면역복합체 항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백신 접종으로 HIV를 공격하는 항체가 생긴 뒤, 이 항체가 바이러스의 주요 부위를 완전히 덮어버리면 몸이 바이러스 대신 항 HIV 항체를 새로운 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면 이 항체를 공격하는 또 다른 항체인 항 면역복합체 항체가 생긴다.

반복적으로 HIV 백신을 맞을 경우 항 면역복합체 항체의 생성이 여러 번 일어나면서 면역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원숭이 실험에서 이러한 항체 반응이 확인된 만큼, 인간이 HIV 백신을 여러 번 맞을 때도 비슷한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HIV 백신뿐 아니라 여러 번 접종이 필요한 다른 백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백신 설계 단계에서 면역 반응의 복잡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복 접종이 면역 반응을 비효율적으로 만들지 않도록 항원 설계를 개선하거나, 항체 간 불필요한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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