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조종하는 무인전투기 발키리 공중전 시험 통과
AI가 조종하는 무인전투기 발키리 공중전 시험 통과
“언젠가는 그럴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니다(Not today).” 영화 ‘탑건: 매버릭’에 등장하는 퇴물 조종사인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은
“파일럿이 전투기를 모는 시대는 끝났어”라고 사형선고를 내리는 상급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그런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미국에서 무인 전투기가 인간 조종사의 윙맨(wingman) 역할을 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윙맨은 위험한 비행 임무 중 동료 조종사를 보조하는 조종사를 의미한다.
이런 무인 전투기 윙맨은 전투기 편대에서 선두 비행기 옆과 약간 뒤에 떨어져서 비행한다.
미 공군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실험용 무인 전투기인 ’XQ-58A 발키리(Valkyrie)’가 공중 전투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조종사가 없는 이 차세대 드론 발키리는 인간 승인을 받은 뒤 살상을 위해 사용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오류를 범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무인 전투기인 발키리는 AI 파일럿을 드론에 통합한 최초의 항공기다.
앞서 이러한 기술을 ‘쿼드콥터’와 ‘F-16 팔콘 전투기’ 등에 시험 적용해 제한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최대 시속이 약 1000㎞이고, 최대 고도는 13.7㎞에 달한다. 또 발키리는 가시거리 바깥(BVR)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하고 한 번에 5556㎞를 날 수 있다. 중국 대륙(폭 5500㎞)을 가로지를 수 있는 비행 거리다. 적의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까지 갖췄다.
지난 7월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 3시간쯤 진행된 시험 비행에서 발키리는 수백만번 데이터
입력을 통해 되풀이했던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과 달리, 하늘을 날면서 계속 회전을 하는
이상(異常) 비행을 했다. 당시 300m 떨어진 거리에서 발키리의 비행을 지켜보던 F-15 조종사는 처음에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키리는 기체를 계속 회전하면 적외선 센서가 보다 분명한 그림을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파악한 것이었다.
인간 조종사가 이런 방식의 비행을 추진했다면 속이 뒤집혔을 일이나, 발키리는 이런 지능적인 비행 방식을 통해서 더 정확한 결과값을 얻어냈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미 공군 연구소(ARFL), 크라토스 디펜스 앤드 큐리티
솔루션즈와 공동으로 수년간 발키리처럼 조종사가 모든 전투기와 함께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AI 무인 전투기 개발에 주력해왔다.
미 공군은 지난 2019년 스카이보그(Skyborg) 계획을 통해 자율비행과 전투능력을 갖춘 AI
무인 전투기를 개발해 2023년까지 조기 운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4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앞서 미 공군은 발키리를 대상으로 총 5차례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2019년 3월 1차 비행,
2019년 6월에 2차 비행을 제한적으로 성공 수행했다. 3차 시험 비행인 2019년 10월에는 한 차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발키리는 지난 2020년 1월 4차 시험을 수행하고 12월에는 미 애리조나주 유마 시험장 상공에서 전투기 F-22 랩터와 F-35A 라이트닝 II와 편대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