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땅 갈라지듯 DNA에 균열 만든다
가뭄에 땅 갈라지듯 DNA에 균열 만든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가뭄이 들면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현상에 착안해 DNA(디옥시리보핵산) 균열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을 품고 있는 DNA 박막 위에 탈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유기 용매를 뿌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균열 구조 안에 친환경 온열 소재나 적외선 발광체를 넣으면 기능성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윤동기 KAIST 화학과 교수와 유승화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박순모 미국 코넬대 화학공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DNA 박막의 탈수 현상에 기반한 미세구조 균열을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본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DNA는 두 가닥이 서로 꼬여있는 이중나선 사슬 구조다.
사슬과 사슬 사이는 2~4㎚(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주기로 규칙적인 모양을 갖는 형태로, 일반적인 합성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 구조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DNA를 블록으로 사용해 정밀하게 합성하거나 종이접기(오리가미) 기술로 구현해 왔으나
매우 복잡한 설계과정이 필요하고 특정 염기서열로 만든 값비싼 DNA를 이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어에서 추출한 DNA를 수채화 물감처럼 사용해 화장용 붓으로 그림 그리듯 정렬시켰다.
이 방식은 기존 비용보다 1000배 이상 저렴하게 DNA 구조를 변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지름이 2㎚인 DNA 분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키면서 말려 얇은 막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DNA 박막에 유기 용매 방울을 떨어뜨리면 끓는점이 낮은 유기 용매가 DNA의 수분을 빼앗아 크랙이 형성됐다.
이때 DNA의 사슬 옆면이 사슬 끝부분보다 물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하고 있어 더 많은 수축이 일어났다.
그 결과, DNA 사슬 방향으로 크랙이 형성됐다. 연구진은 DNA 사슬 방향을 조절해 크랙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었다.
DNA 박막에 사슬 방향으로 생긴 크랙(균열)에는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채워 넣을 수 있다.
온열 소재를 넣으면 겨울철 온도 유지에 사용할 수도 있고, 적외선 발광체를 넣으면 탈모나 피부 관리에 응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기능성 바이오 소재와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동기 교수는 “DNA 미세 크랙 패터닝은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따라 구현했다”며 “이번 연구는 반도체 패턴만큼이나 작은
DNA 블록으로 미세구조 패턴을 만든 것으로 환경친화적인 면을 고려하면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승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NA 필름의 수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DNA의 배열 패턴 사이의 관계를 고체역학 이론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으로 명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며 “DNA 필름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이방성 소재에서의 균열 제어와 패터닝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