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양산으로 지구 식히기 실험 환경 우려에 무산
우주 양산으로 지구 식히기 실험 환경 우려에 무산
미국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햇빛을 차단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준비했던 첫 실험이 무산됐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뿌릴 미세 입자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발을 불렀기 때문이다.
기술적 대안이 나오면 각국 정부가 온난화 감축 노력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지구의 열을 식히려는 연구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상당한 동력을 얻었다고 전망했다.
다양한 지구공학 실험도 추진됐다. 과연 우주에서 햇빛을 가리는 양산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성층권서 햇빛 차단할 첫 실험 취소
존 쇼(John Shaw) 하버드대 연구 부총장은 지난 18일 “데이비드 키스(David Keith), 프랑크 코이치(Frank Keutsch) 교수가 추진하던
‘성층권 제어 섭동 실험(SCoPEx)’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 실험은 고도 10~50㎞ 성층권에서 미세 입자를 뿌려 햇빛을 차단할 수 있을지 측정하는 첫 실험이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국제정치적 노력만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다.
대기-땅-바다로 이어지는 지구의 온도 순환 시스템에 사람이 개입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다.
SCoPEx 연구진은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구공학이 기후변화가 유발할 최악의 상황을 막을 긴급
수단이 될지 알아보기 위해 이런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성층권에 기구(氣球)를 띄워 햇빛을 반사할 탄산칼슘 2㎏을 방출할 계획이었다. 탄산칼슘은 제산제 성분이다.
연구진은 입자가 성층권에서 잘 흩어지는지, 성층권에 있는 다른 화학물질과 어떤 반응을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햇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계획이었다.
실험 계획이 밝혀지자 바로 섣부르게 자연에 개입했다가는 생태계에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온난화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해 각국 지도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지구 기온을 조절하는 기술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버드대는 2021년에도 스웨덴 북부의 에스랑예 우주센터에서 장비 시험을 위해 첫 기구 발사 실험을 추진했지만
환경운동가와 지역 원주민 단체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취소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하버드대의 지구공학 연구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네이처는 전망했다.
지난해 시카고대로 옮긴 데이비드 키스 교수는 27일 네이처지 인터뷰에서 “지구공학을 연구할 교수 10명을 채용해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랑크 코이치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8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지구공학 분야에서 다른 혁신적인 연구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햇빛을 차단해 온난화를 막자는 지구공학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면서 2000만t의 이산화황이 분출됐다.
이산화황은 성층권을 따라 전 지구를 순환하면서 햇빛을 차단해 지구 평균 기온을 섭씨 0.5도 떨어뜨렸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당시 지구 기온은 5도나 내려갔다.
과학계는 지구공학을 온난화를 막을 대안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은 2021년 3월 성층권과 고고도 권운, 해양 층적운에 대한 지구공학을 집중 연구하라고 제안했다.
영국 왕립학회도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