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만에 하버드서 한국행 결정한 스페인 과학자의 요즘 고민
5초만에 하버드서 한국행 결정한 스페인 과학자의 요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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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1일 기준 3개월을 넘겨 국내에서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의 수는 총 225만8248명이었다.
전년 대비 12만3679명이 증가한 것으로 우리 전체 인구의 4.4%가 외국인 주민인 셈이다.
최근 외국인주민 감소세가 멈추고 가파르게 반등하는 데에는 유학생과 외국국적동포, 결혼이민자의 증가가 더해진 덕분이다.
외국인주민의 대부분은 취업이민이지만, 결혼이민자도 17만5767명으로 적지 않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다른 외국인주민보다 한국에 오래 정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 우수인재 유입이 목표인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호나탄 사바테 델 리오(Jonathan Sabaté del Río)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인 아내를 만나 자연스레 한국 과학계에 정착했다.
지금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일하는 아내 박태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의 권유로 2018년 미국의 손꼽히는 ‘과학 메카’ 하버드대 비스 연구소에서 IBS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9일 울산 UNIST 본원에서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을 만나 ‘스페인에서 1만㎞나 떨어진 한국으로 오는 게 걱정되지 않았냐’고 묻자
“아내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 우선이었고, 한국에서의 연구가 내 경력에서 흥미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생각해 5초만에 결정했다”고 시원스레 답했다.
자신도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고, 주변에 K팝에 빠진 친구들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무엇보다 가족지향적인 한국 문화가 스페인 문화와 비슷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한 지 6년이 지난 지금은 쉬는 날이면 한국 곳곳을 여행한다고 전했다.
특히 스페인과는 다르게 섬들이 무리 지어 있는 남해를 자주 찾는다.
자연이 어우러져 조용하면서도 이웃과도 자주 교류할 수 있는 울산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한국에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바이오센서는 혈액이나 소변에서 생체 물질을 얻어 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혈액과 같은 액체 형태의 시료와 고체 전극 사이의 경계인 ‘계면’을 연구해 바이오센서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경우, 우리 몸의 나머지 부분에 비하면 아주 작다. 따라서 혈류에 떠다니는 암세포 관련 입자의 양도 작을 수 밖에 없다.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인체 시료에서 암과 같은 병을 진단할 수 있을 만한 표지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이를 카메라로 원하는 사진을 얻어내는 것에 비유했다.
사진을 찍을 때 조리개를 조절해 원하는 피사체를 포착하듯, 바이오센서도 계면을 최적화해 원하는 성분만 효율적으로 잡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거대한 빛에 둘러싸인 아주 작은 빛인 ‘암’을 잡으려면, 암에서 나오는 특정 신호에 대해 반응하는 센서를 ‘적당히’ 민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생체 시료에서 엑소좀과 같은 바이오마커를 감지하는 칩을 개발했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소포체로 기원 세포의 생물학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암세포에서 나온 엑소좀은 암세포의 단백질이나 핵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암을 진단하는 단서가 된다.
사바테 델 리오 연구원은 울퉁불퉁한 다공성 전극으로 표면적을 넓혀 신호를 많이 받아들이면서도,
나노미터 크기의 구멍으로 방해 물질은 걸러내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였다. 해당 연구는 2023년 국가 성과 100선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