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가 치아 위협 ;평소 콜라, 사이다 등 탄산과 당분이 함유된 청량음료를 즐겨 마셨던 40대 후반의 A 씨는 최근 그토록 선호하던 청량음료를 끓었다.
대신 당분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탄산수로 대체한 그가 청량음료를 중단한 이유는 부실해진 치아 때문이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청량음료를 즐기다 보니 나름대로 양치질을 자주 한다거나 치과를
자주 찾아 치석제거 등 신경을 썼는데 얼마 전 식사 중에 어금니 조각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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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음식도 아니었던 만큼 놀래서 치과를 찾았는데 평소 즐겨 마신 청량음료가 치아를 약화시켰다고 합니다.”
콜라를 비롯한 사이다, 환타 등 강한 탄산과 당분이 함유된 이른바 ‘청량음료’를 자주 음용하면
비만을 일으키고 특히 치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식사 또는 운동 이후 마시는 톡 쏘는 시원한 청량음료를 즐기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비만을 유발하는 높은 당분을 고민하는 부류들은 더러 있지만 실제로 청량음료가 치아를 부식시킨다는 인식을 가진 부류는 상대적으로 적다.
[사진 설명] 좌측부터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오충익 박사
치의학계 전문의들은 콜라와 사이다 등 청량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악영향을 환자들에게 강조해왔다.
실제로 과거 한 치과 의사는 콜라를 통해 찌든 때로 얼룩진 욕실과 변기, 씽크대 등을 청소하며 콜라의 강한 탄성을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욕실의 찌든 때를 세척할 만큼 강력한 세척력을 가진 콜라와 같은 청량음료가
실제 치아 건강에 얼마만큼 위협적인지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청량음료가 아주 짧은 시간에도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은 지난 21일 청량음료가 치아에 미치는 기계적 특성,
즉 거칠기와 탄성 계수 변화를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관측하고 이를 영상화하는데 성공했다.
청량음료가 치아 위협
치아는 다양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곳을 ‘치아 법랑질(에나멜)’이라고 한다.
법랑질은 치아에서 가장 단단해 음식을 씹을 때 치아 손상을 막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랑질이 손상되면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없어 음식을 먹을 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원자간력 현미경 측정을 위한 치아 샘플 준비 과정(왼쪽), 원자간력 현미경 탐침 사진
연구팀은 콜라, 사이다, 오렌지 주스 등 3종의 청량음료에 치아를 담갔다가 꺼내서 부식 정도를 나타내는
거칠기와 재료에 힘을 가했을 때 변형된 정도를 나타내는 탄성계수 변화를 시간대별로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원자간력 현미경은 나노미터(㎚) 크기의 탐침으로 재료 표면을 스캔해 표면 형태나 상태를
관측하는 장비로, 시료 표면의 거칠기, 탄성계수 등을 측정해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치아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는 청량음료에 노출된 지 10분이 됐을 때,
초기보다 5배 가량 거칠어졌고, 탄성 계수는 노출 5분 후 5배 가량 떨어지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특히 연구팀은 원자간력 현미경으로 영상화한 사진을 통해 치아 법랑질의 부식 과정을
분석하고 흠집이 있는 치아의 경우 부식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사실도 확인했다.
홍승범 교수는 “실제 치아의 부식 과정은 구강 환경이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침에 의해 연구 결과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반면 장시간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는 부식에 의해 표면이 거칠어지고 또 탄성 계수 등 기게적 특성 또한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誌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