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걸리면 바꿔 끼울 간과 췌장 동물 몸에서 키운다
병 걸리면 바꿔 끼울 간과 췌장 동물 몸에서 키운다
병에 걸려 장기(臟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는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식을 원하는 환자는 많고 장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3년 2만6036명에서 지난해 4만9765명으로 91%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뇌사 기증자는 10년 동안 400~500명대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가 2013년 1152명에서 2022년 2918명으로 153% 급증했다.
나카우치 히로미츠(Nakauchi Hiromitsu·71)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연구를 하고 있다.
바로 ‘키메라(chimera)’ 장기이다.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통과 뱀의 꼬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 동물인 키메라처럼, 다른 동물에서 사람 줄기세포를 키워 이식용 장기를 얻자는 것이다.
이미 종(種)이 다른 쥐들에서 키메라 장기를 키우고, 이를 이식해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나카우치 교수는 지난주 차바이오그룹이 성남시 판교에서 주최한 국제 포럼에 참석해 키메라 연구의 최신 동향을 발표했다.
그는 쥐에 이어 돼지와 양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돼지나 양은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 이식용 장기를 얻기에 최적인 동물로 꼽힌다.
문제는 정부의 규제와 생명 윤리를 둘러싼 논란이다.
나카우치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을 특정 시기의 기준으로 일괄 규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과학자들은 전문가들과 규제 합리화를 계속 논의하는 한편, 대중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윤리 논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메라 장기 연구하며 ‘미친 과학자’로 불려
일본 도쿄대 의대 교수로 있으면서 처음엔 장기이식에서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막는 연구를 했다고 들었다.
“금방 면역거부반응보다 이식용 장기 부족이 더 큰 문제임을 깨달았다.
미국은 장기이식 대기자가 11만6000명을 넘지만, 공급 부족으로 메일 20명이 이식을 받지 못하고 숨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 수요의 10%만 충족되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연구 방향을 바꿨다.”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최근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한 달 이상 부작용 없이 살고 있다.
“돼지는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다.
이 장기에서 면역 거부를 일으킬 항원 단백질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를 넣어 이식하는 방식이 개발됐다.
하지만 이 장기는 부분적으로 인간일 뿐이다. 키메라 장기는 온전히 환자 자신의 것이다.”
어떻게 환자의 장기를 동물 몸에서 만드나.
“혈당을 조절하는 장기인 췌장을 생각해보자. 돼지 수정란(배아)에서 췌장을 만드는 유전자를 차단한다.
여기에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주입한다.
iPS세포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든 것이다.
환자의 iPS세포는 돼지 수정란에서 사람 췌장으로 자란다. 이를 환자에 이식하면 당뇨를 근본 치료할 수 있다.”
처음 키메라 연구를 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
“2007년쯤 도쿄대 의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미친 생각이라고 치부됐다.
똑똑한 도쿄대 학생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대학 출신 대학원생 두 명이 손을 들고 나섰다.
이들 덕분에 2010년 처음으로 쥐에서 키메라 장기를 성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