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가 쥐 수명 6% 이상 늘렸다
젊은 피가 쥐 수명 6% 이상 늘렸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아들의 ‘젊은 피’로 젊어지려고 시도하다가 도중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러 검사에서 수혈(輸血)로 인한 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에서는 여전히 젊은 피 수혈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피의 회춘(回春) 성분만 찾아내면 노화를 막을 신약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 교수와 하버드 의대의 바딤 글라디셰프(Vadim Gladyshev) 교수
연구진은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수혈해서 수명을 6~9%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6년을 더 사는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항노화 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쥐의 피에 수명 연장을 촉진하는 성분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칼로리 섭취 제한과 같은 유전자 반응
과학자들은 1860년대 이래 두 동물의 몸을 연결하는 병체(竝體, parabiosis) 수술 실험을 했다.
처음엔 혈액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요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노화를 막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 늙은 쥐와 어린 쥐의 피부를 꿰매고 혈관을 연결하면 늙은 쥐의 뇌와 간, 근육이 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늙은 쥐가 몸에서 어린 쥐를 분리하고도 오래 살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생후 20개월 된 늙은 쥐들의 몸을 3개월 어린 쥐 또는 다른 늙은 쥐와 3개월 동안 연결했다.
지금까지 병체 수술 연구보다 2배는 더 길게 몸을 연결한 것이다. 그 다음 쥐들을 분리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젊은 쥐와 몸이 연결됐던 늙은 쥐는 다른 늙은 쥐와 결합한 쥐보다 평균 6주 더 오래 살았다.
연구진은 또한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는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사용하여 어린 쥐와 연결된 늙은 쥐가 생물학적으로 더 젊어졌는지 확인했다.
후성유전학은 이름 그대로 태어날 때 물려받은 DNA 유전정보는 변함이 없지만 이후 성장하면서 DNA의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이 바뀌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늙은 쥐는 젊은 쥐와 몸이 분리되고 두 달 뒤에도 늙은 쥐와 결합했던 쥐보다 최대 30%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에 젊은 쥐와 짝을 이룬 늙은 쥐는 특정 대사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고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했다.
이는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쥐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는 반응이었다.
2012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식이 요법으로 쥐의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 수명을 27%까지 연장한 바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토니 와이스-코리(Tony Wyss-Coray)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지에 “(젊은 피 수혈로 인한)효과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와이스-코리 교수는 지난 2014년 ‘네이처 메디신’에 젊은 쥐의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체)을 늙은 쥐에게 주입해 뇌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