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유전자 변이, 인공지능이 수술 중 알아낸다
뇌종양 유전자 변이, 인공지능이 수술 중 알아낸다
뇌종양 수술 도중에 인공지능(AI)으로 암세포의 유전적 특성을 바로 해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의료진이 수술하면서 암세포의 특성을 바로 알 수 있다면 종양 조직을 얼마나 절제할지, 약물까지 처방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환자의 회복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쿤싱 유(Kun-Hsing Yu)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메드(Med)’에
“뇌종양 세포의 DNA 특성을 빠르게 해독해 수술 중에 종양의 분자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AI 도구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AI가 암세포 변이 형태 93% 정확도로 진단
유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인 참(CHARM)은 ‘냉동 절편 조직병리 평가 및 검토 기계’란 뜻의 영문 약자이다.
말 그대로 수술 도중 채취한 종양 조직을 급속 냉동시킨 다음 얇게 잘라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참은 10~15분 안에 종양 조직의
특성을 파악해 아직 두개골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수술 의사가 종양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으로 대표적인 뇌종양인 신경아교종(glioma)을 진단했다. 신경아교세포는 직접 신경신호를 전달하지 않고,
그런 일을 하는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보호한다. 전쟁에서 보급망이 무너지면 치명타를 입듯, 신경아교세포에 암이 생기면 뇌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암은 같은 종류라도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신경아교종도 세 가지로 나뉘고 그에 따라 수술이나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참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을 93% 정확도로 구분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지금도 수술 중에 채취한 종양 조직을 바로 병리학자에게 보내
특성을 파악하지만, 조직을 얼리면 세포의 모양이 변하고 사람 눈으로 미묘한 돌연변이까지 확실하게 감지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종양 시료를 잘못 판단하면 수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종양이 그리 악성이 아닌데 수술에서 너무 많이 제거하면 환자의 인지 기능이 손상된다.
반대로 종양이 매우 공격적인데 덜 제거하면 수술 후에도 암이 퍼질 수 있다. 유 교수는 “종양의 분자 특성을 파악하고 악성이라고
판단하면 조직 절제와 함께 약물이 코팅된 필름을 직접 뇌에 삽입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컴퓨터가 사진을 보고 고양이인지 알게 하려면 사람이 미리 고양이의 특성을 일일이 입력했다. 반면 인공지능은
다른 정보 없이 수많은 고양이 사진만 보고 스스로 고양이의 특성을 파악한다. 연구진은 같은 기계학습 방식으로 인공지능에 신경아교종 환자
1524명에서 얻은 종양 시료 2334개의 영상 정보를 학습시켰다. 그러자 인공지능은 세 가지 신경아교종의 특성을 스스로 알아냈다.
인공지능은 악성 암세포를 둘러싼 조직의 시각적 특징도 포착했다. 시료 중에 암세포의 공격성이 강해 세포 밀도가 높고 사멸도 많이 일어난
영역을 찾아내는 식이다. 반대로 공격성이 덜해 주변 조직을 침범할 가능성이 적은 암세포도 알아냈다.
인공지능은 세포핵의 모양이나 주변에 암으로 부은 곳인 부종이 있는지도 파악해 세포의 형태가 유전적 특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모두 오랜 수련을 거친 병리학자가 하는 일을 대신한 셈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해 수술 도중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