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컴퓨터 연결 전극 대신 신경세포로
뇌 컴퓨터 연결 전극 대신 신경세포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거나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BCI 기술은 뇌와 기계가 소통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늘리기 어려워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의 BCI 스타트업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 BCI 업체인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은 금속 전극을 뇌에 삽입하는 방식 대신 신경세포(뉴런)를 이용해 더 많은 통신 채널을 확보하면서도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BCI 업체 뉴럴링크(Neuralink)의 공동 설립자가 설립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논문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기존 BCI는 두개골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낸 다음 전극을 뇌 표면에 붙이거나 뇌 깊숙이 삽입해 신경세포와 컴퓨터를 연결했다.
그러다 보니 뇌 신경세포와 혈관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다.
뉴럴링크는 얇고 유연한 폴리머 전극을 사용해 뇌 손상을 줄이려 했지만, 여전히 뇌에 물리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남아있다.
사이언스 코퍼레이션 연구진은 와플 모양의 격자형 BCI 장치를 개발했다.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은 100만분의 1m)인 구멍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신경세포가 하나씩 들어 있는 형태다.
5㎟ 크기의 장치 하나에는 평균 9만개의 신경세포가 담겨 있다.
격자형 BCI 장치를 뇌 표면에 올려놓으면 미세 구멍에서 신경세포가 나와 뇌에 뿌리를 내린다.
기존 전극과 달리 뇌에 직접 삽입하지 않고 표면에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뇌 손상의 위험이 적다고 회사는 밝혔다.
특히 미세 구멍에 이식한 신경세포들은 특정 주파수의 빛 신호를 받으면 작동하도록 유전자가 변형됐다.
이른바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기술이다.
연구진은 쥐의 두개골에 유리창을 만들고 와플 모양의 장치를 설치한 뒤, 빛을 쏘아 신경세포를 활성화했다.
빛이 켜지면 쥐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꺼지면 오른쪽으로 움직여 보상을 받도록 학습시켰다.
그 결과, 쥐 9마리 중 5마리가 새로운 행동을 학습했다.
BCI 장치를 통해 쥐의 행동을 빛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BCI 장치에서 나온 신경세포는 뇌를 직접 싸고 있는 연막을 뚫고 대뇌 피질까지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BCI 장치의 신경세포가 자연스럽게 뇌와 연결되는 만큼,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채널을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을 거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에 개발한 장치가 엄밀한 의미에서 BCI 기술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잭 주디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장치 자체는 아직 완전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다”라며 “BCI 장치에서 정보가 나오는 인터페이스와는 달리 뇌 전체에 퍼뜨린 신경세포를 빛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코퍼레이션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입력과 출력 기능을 갖춘 완전한 BCI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 구멍 대신 긴 도랑에 신경세포를 배치하고, 한쪽에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다른 쪽에는 신경세포의 활동 전위를 기록하는 센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동시에 사람 신경세포로 만든 장치를 개발하고, 더 큰 동물에게 실험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앨런 마딘리 사이언스 코퍼레이션 공동 설립자는 “아이디어를 실제 작동하는 시제품으로 만드는 건 큰 도전”이라며 “이게 과연 가치가 있을지는 앞으로 더 나아가 증명해 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지난 1월 “세 번째 환자의 뇌에 BCI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며 “올해 안에 이식을 20~30건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 2건을 진행하고 있다.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고 로봇 팔을 조종하는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