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숫자 대신 특허 사업화로 교수 평가해야
논문 숫자 대신 특허 사업화로 교수 평가해야
“한국은 이미 바이오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허와 기술 사업화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교수와 메건 하위(Megan Howie) 존스홉킨스대
공과대학 부학장은 한국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특허와 기술 상업화를 꼽았다.
두 교수는 한국에서 열린 존스홉킨스대 동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 주요 대학과 기업을 방문해 연구 협력과 교수 방문, 학생 교류 프로그램 확대도 논의했다.
메건 하위 부학장은 “한국은 뛰어난 연구 시설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국 대학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연구 환경과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덕호 교수 역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덕호 교수는 “한국은 논문 중심의 연구 문화에서 벗어나 특허와 기술 사업화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연결되려면 특허가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수들의 업적 평가가 주로 논문 숫자, 임팩트 팩터에 많이 좌우되다 보니 특허와 사업화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대학들의 사례를 예로 들며 “미국 대학들은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 성과를 특허로 연결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존스홉킨스의 JHTV(Johns Hopkins Technology Ventures)는 특허 변호사를 포함해 100여 명 넘는 인력이 특허 출원, 기술 사업화,
협약 체결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산학협력단은 상대적으로 규모와 전문성 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연구 성과가 논문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로 이어지려면 주요 연구 중심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기술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과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위 부학장은 “한국의 연구 중심 대학들은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 대학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한국 대학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인재 유치 역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역시 인재 유치와 관련해 한국 대학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 학생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메건 하위 부학장은 “존스홉킨스대 공과대학은 향후 5년 동안 교수 15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라며 “교수가 느는 만큼 우수한 학생들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교수들의 글로벌 네트워킹과 국제적 활동이 필수라고 했다.
그는 “국제 학회에서 리더 역할을 맡고, 저널 에디터로 활동하며 연구 성과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이 인재 유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학들은 교수 평가와 테뉴어(종신교수) 심사 시 이러한 활동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수 평가와 대학 평가 기준에 이를 반영해야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