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맞아도 끄떡없네 세계는 좀비 모기와 전쟁 중
살충제 맞아도 끄떡없네 세계는 좀비 모기와 전쟁 중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기온이 오르며 모기의 번식과 활동 기간이 늘어난 영향이다.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모기 매개 질병의 위험이 함께 커지면서 모기를 줄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살충제 저항성 갖춘 ‘좀비 모기’ 잡아라
전 세계적으로 모기 개체 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은 살충제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살충제는 대부분 국화꽃에서 추출한 ‘피레스로이드’ 성분이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한테는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모기와 같은 곤충들을 없앤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피레스로이드 성분의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모기에게 ‘저항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모기 중 피레스로이드 성분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모기가 살아남아 번식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저항성을 갖춘 모기가 많아진다.
우리가 무거운 거를 많이 들면 굳은살 생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최근 살충제를 사용해도 저항성 때문에 죽지 않는 모기를 두고 ‘좀비 모기’라고 한다.
잦은 살충제 사용으로 좀비 모기가 늘수록 살충제만으로는 방제가 어렵다.
이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합적 방제”라며 “살충제도 쓰면서 모기 천적과 트랩과 같은 생물학적, 물리적 방제를 사용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성충보다 유충 단계에서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모기 유충의 서식지를 찾아다니며 방제하는 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 교수는 “모기 유충에게만 영향을 주는 독성 성분이나 곤충 성장 억제제를 사용한다”며 “국내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활성화되기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점점 늘어나는 모기 활동기간
20년 전과 비교하면 모기의 활동 시기는 두 달 정도 앞당겨졌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월 30일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2000년대에는 5월 하순경에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곤 했다.
이 교수는 “1년에 약 2.5일씩 빨라지는 꼴”이라며 “전 세계 추세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일본뇌염주의보는 그해 모기의 활동 시작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는 다른 모기에 비해 월동을 빨리 마치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1979년부터 43년 사이에 모기 활동 기간이 42일 늘었다.
1년에 1일씩 증가하는 속도다.
이 교수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기온은 0.85도 높아졌지만 한반도는 1.8도로 특히 기온 상승률이 높은 영향”이라며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 모기의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번식 속도도 빨라진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사계절 내내 모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1년 중 가장 추운 1월 평균 기온은 4도 정도다. 알이나 유충 상태로 월동해야하기 때문에 성충 모기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상대로 1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성충 모기가 계속 활동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모기는 물만 있다면 어디든지 살 수 있다”며 “100% 박멸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