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간활동 줄고 야생동물 활동 늘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주 표지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코요테의 모습을 담았다. 코요테 뒤쪽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세계적인 명소인 금문교가 보인다.
표지 오른쪽으로는 ‘길거리를 강타하다’라는 큼지막한 문구가 삽입돼 있으며 그 아래로는 ‘봉쇄령 기간 동안의 포유류의 활동’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말리 터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교수가 이끄는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내려진 이동 제한 등 봉쇄 조치로 인한 인간 활동 감소가 동물들의 활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9일 공개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슬로베니아 등 다양한 지역이 분석 대상이다.
연구팀은 봉쇄 조치 시행 전후로 이뤄진 이들 지역의 야생동물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차량 통행 감소만으로도 도로 인근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움직임 양상이 크게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차량 통행이 감소하자 야생동물들은 도로를 통해 더 자주, 더 멀리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이동제한 등 봉쇄가 시작된 이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활용해 총 2300마리의 육상 포유동물의 활동을 분석하고 같은 방법으로 수행된 2019년의 연구 결과와 2020년의 연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봉쇄 기간 동안 야생동물들의 이동거리는 최대 73% 늘었다.
이는 동물이 도로와 도로 근처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도심 지역이나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봉쇄 기간 동안 동물들의 이동 거리가 12%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이유에 대해 야생 동물들을 자극하는 인간들의 활동이 줄어들어 동물들이 도망가는 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간활동 분석
연구팀은 봉쇄 기간 동안 야생동물의 이동거리가 증가한 것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고 결론내렸다.
좁은 서식지로 내몰렸던 야생동물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될 위험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호 종으로 규정된 퓨마와 같은 동물들은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됐지만 동시에 포유류 동물과 인간이 접촉하면서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발병률이 높아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인간 활동 감소가 야생 동물들의 활동 반경과 서식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했다”며 “차량 통행이 환경과 동물들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환경 보호 구역에 대한 차량 통제 요구를 더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