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로봇 손가락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까
6번째 로봇 손가락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까
“나와라, 만능 팔!” 1980~1990년대 여러 차례 방영된 만화영화 ‘형사 가제트’는 순식간에 10m 이상 쭉 뻗는 주인공의 만능 팔로 유명하다.
이른바 ‘증강 인간(Augmented Human)’의 한 예를 상상한 것인데, 아직 실제로 구현되진 못했다.
가제트가 특수 팔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처럼 인간이 신체 일부를 추가로 장착해 쓸 수 있다면, 뇌가 금세 받아들이고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로봇 손가락을 장착한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이 선보인 로봇 손가락은 오른손 새끼손가락 옆에 장착하는 여섯 번째 손가락인데, ‘세 번째 엄지’라고 이름 붙였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재학 당시 졸업 작품으로 로봇 손가락을 처음 개발한 대니얼 클로드 연구원이 엄지를 하나 더 붙인 것이라는 의미로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로봇 손가락은 엄지발가락 아래 센서로 조작한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으로 꾹 누르면 로봇 손가락이 엄지손가락 쪽으로 오므라들고
왼쪽 발가락으로 압력을 가하면 새끼손가락 쪽으로 펴지는 식이다. 동작 신호는 무선으로 주고받는다.
연구진은 여섯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예컨대 로봇 손가락으로 페트병 몸통을 잡고 엄지와 검지로 뚜껑을 열거나, 한 손으로 귤을 4개나 집어 올리는 장면을 시연했다.
여섯 손가락으로 와인 잔 2개와 와인병을 동시에 들고 가는 장면도 보여줬다.
다섯 손가락으로는 어렵지만, 여섯 번째 손가락이 있으면 수월한 동작들이다.
이에 대해 여섯 번째 손가락 작동법을 오래 연습한 경우에 가능하고, 초보 사용자는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연구진은 3~96세로 다양한 연령대 596명을 대상으로 여섯 번째 손가락을 사용해 여러 형태의 물체를 집어올리고 옮기게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로봇 손가락 조작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향후 다른 인공 신체 조작 등 확장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이 이번 논문으로 공개한 실험에서는 98%의 참가자가 새로운 손가락을 성공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명만 실패했고, 대다수는 금세 사용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광범위한 인구 집단에서 로봇 손가락이 널리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로봇 신체를 장착해 ‘증강 인간’이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여섯 번째 손가락을 장착하면 한 손만으로도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더 많은 물건을 한손에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오른손과 발목 등에 장비를 착용하는 불편을 감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의 취지에 대해 “새로 추가된 신체 부위를 작동시키는 것에 뇌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밝혀내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향후 다양한 증강 기기를 제어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