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vs 5분 항암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4시간 vs 5분 항암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4시간 vs 5분 항암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유방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엔허투'는 지난해 5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다이이치산쿄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현재 환자들에게 정맥 주사로 투여되고 있지만, 이번에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는 방식이 새롭게 개발됐다.
복부나 허벅지의 피하지방층에 주사하는 피하 주사(SC) 제형으로,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임상 1상이 30일부터 시작됐다.
ADC 치료제 중 피하 주사(SC) 제형 개발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허투 SC 개발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기술이 활용되었으며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앞으로 SC 제형이 ADC 치료제의 필수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피하 주사(SC) 제형 시장에 주목하는 K-바이오
항암제 등 의약품을 SC 제형으로 개발하려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의 항암제는 빠른 흡수 속도와 대용량 투여가 가능한 정맥 주사(IV) 방식으로 주로 개발되었으나
IV 치료제는 전문 의료진이 투여해야 하며 병원 방문이 필수라 시간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SC 제형은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사용 가능하며 투여 시간이 5분 이내로 짧아 환자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
SC 제형은 주로 인슐린이나 비타민 투여에 사용되었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항암제와 같은 고난도 치료제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SC 시장은 2024년 약 335억 6000만 달러에서 2034년 약 699억 4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SC 제형 기술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테오젠은 IV 제형을 SC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 'ALT-B4'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람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이 체내로 잘 흡수되도록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를 기반으로 알테오젠은 MSD와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SC 제형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기술 이전 계약 규모는 43억 1700만 달러에 달한다. 키트루다의 SC 버전은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다.
또한 올해 3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도 약 13억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진행했다.
셀트리온 또한 IV 제형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SC 제형으로 전환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받은 사례가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SC 제형으로 개선한 '짐펜트라'가 그 결과물이다.
짐펜트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램시마SC'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SC 제형에서 동일한 효능을 보장하는 고농도 기술을 적용해 IV 제품과의 차별화를 이루었다.
이어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의 SC 제형을 올해 6월 출시하는 등 제품 다각화를 이어가고 있다.
SC 자동 주사기 시장의 확장
글로벌 제약사들도 앞다투어 SC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SC 제형은 이미 유럽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현재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약물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병용 요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렉라자의 매출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