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개미의 통화 순간 찾았다
1억년 전 개미의 통화 순간 찾았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버스나 지하철에서 언제나 볼 수 있듯 아마도 스마트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문자를 하는 모습이 아닐까.
1억년 전 개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과학자들이 호박(琥珀) 속에서 개미가 동료에게 더듬이를 뻗어 정보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했다.
호박은 나무 수지가 굳어 단단해진 물질이다.
개미가 지나가다가 나무에서 송진이 떨어져 갇힌 채 화석이 된 것이다.
더듬이의 미세 털로 교신 여부 확인
일본 홋카이도대 지구행성과학과의 이바 야수히로(Iba Yasuhiro) 교수와 다니쿠치 료(Taniguchi Ryo)
연구원은 15일 “호박에 갇힌 1억년 전 백악기 개미인 제론토포미카 그라실리스(Gerontoformica gracilis)가 오늘날
개미와 같은 구조의 더듬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오늘날 개미는 거대한 사회의 일원으로 각자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사회가 작동하려면 정보를 나누는 통신이 필요하다. 오늘날 개미는 머리에 돋은 더듬이로 동료와 의사소통을 한다.
더듬이를 통해 공기로 분비된 호르몬인 페로몬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고 먹이가 있는 곳을 확인한다.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1억년 전 개미 역시 더듬이로 동료와 정보를 나눴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호박에 갇힌 제론토포미카 개미의 더듬이와 머리를 잘라내고 주변 호박을 약 0.1㎜ 두께로 얇게 깎아내고 연마했다.
그리고 표본을 회전시켜 레이저로 이미지를 캡처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까지는 광학현미경과 엑스선으로 개미 화석을 관찰했다.
이러면 표본을 잘라낼 필요가 없지만, 미세 구조를 포착하기에 충분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할 수는 없었다.
연구진은 레이저 현미경으로 더듬이 표면에 나 있는 미세 털인 감각극모(sensilla)를 관찰했다.
그 결과 오늘날 개미 6종의 더듬이와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심지어 고대 개미와 현대 개미의 더듬이는 특정 지점에서 모두 한 가지 유형의 털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동료를 더듬이로 빗질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사람으로 치면 스마트폰을 들고 통화하는 순간 그대로 굳은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초기 개미도 오늘날 개미처럼 더듬이로 서로의 페로몬을 감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토슨대의 존 라폴라(John LaPolla)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개미의 사회성이 매우 큰 특징이었다는 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 공대의 진화 생물학자 필립 바든(Phillip Barden) 교수는”우리는 이미 초기 개미가 사회성이 있었다는 것을 꽤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화학적 의사소통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과 얼마나 유사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든 교수도 앞서 초기 개미도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았다.
그는 지난 2016년 호박에서 9900만년 전 같은 종의 여왕개미와 일개미가 모여 있는 모습을 찾았다.
그때부터 이미 개미 사회에 계급 구조가 존재했다는 의미다. 이번에 사회에 필수적인 통신까지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