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성미자관측소 국제 연구의 중심지될 것
한국 중성미자관측소 국제 연구의 중심지될 것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작은 입자에는 우주의 기원과 현상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다.
우주의 기본 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中性微子·뉴트리노)’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 초신성, 블랙홀, 중성자별에서도 나와 우주의 비밀을 풀 단서로 꼽힌다.
중성미자는 관측이 어려워 ‘유령입자’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도 매초 1조개가 넘는 중성미자들이 우리 몸을 통과할 정도로 우주에 많이 존재하지만, 물질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아 지구도 쉽게 뚫고 지나간다.
지난 1956년 처음 발견된 중성미자는 198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중성미자 분야에서만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관련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진핑 지하 실험실과 노벨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일본의 카미오카 관측소가 중성미자 관측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의 하이퍼-카미오칸데와 미국의 듄, 중국의 주노 등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중성미자 시설이 갖춰지면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한국도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중성미자 시설 ‘한국 중성미자 관측소(KNO)’를 계획하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는 국내외 중성미자 연구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 중성미자 관측소 국제포럼이 열렸다.
서울대 핵입자천체물리연구소, 전남대 중성미자 정밀연구센터,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중성미자 연구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카지타 타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가 기조 강연자로 참석했다.
국내 주요 연구자들도 참석해 중성미자 연구 현황과 계획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카지타 교수는 일본의 카미오카의 2세대 중성미자 관측소인 슈퍼카미오칸데(Super-Kamiokande) 실험에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성미자 진동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카지타 교수는 “중성미자는 슈퍼노바 폭발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중성자별 충돌이나 우주에서 중금속이 만들어지는 과정,
반물질과 같은 우주 물질의 기원 등을 예측하는 수단”이라며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핵융합 과정에도 중성미자가 나와 에너지 생성 원리를 관찰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인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성미자 물리학에서는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특성과 질량, 종류 등을 연구한다”며
“천문학 분야에서는 태양과 슈퍼노바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로 우주 현상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성미자를 연구해 우주 현상을 밝히기 위해서는 중성미자 관측이 먼저다.
우주 천체는 일반 망원경으로 지상이나 우주공간에서 오는 빛이나 전파를 감지해 관측한다면,
중성미자는 지구 지각을 뚫고 들어오는 중성미자가 지하의 물과 반응하며 나오는 ‘체렌코프 방사광’을 감지해 살핀다.
지하까지는 중성미자 외의 입자가 들어오기 힘들어 지하에서는 자연스레 배경 보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성미자 관측소는 ‘지하 망원경’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에서도 지하 1000m에 규모가 80만 세제곱미터인 세계 최대 중성미자관측소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현재 최대 규모인 중국의 진핑 지하실험실을 넘는 세계 최대 관측소가 된다.
일본에서도 슈퍼카미오칸테를 잇는 하이퍼카미오칸데 중성미자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두 차세대 관측소 모두 기존 관측소에 비해 8배 이상 크다.
한국에서 중성미자 관측소를 갖추기 위해 준비하는 유 교수는 “경북 영천 보현산이나 대구 달성의 비슬산에 관측소를 구축하고
우주의 중성미자를 관측할 계획”이라며 “일본의 고강도양자가속기시설(J-PARC)에서 오는 중성미자 빔을 살펴 중성미자
성질을 연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현재 14개 기관이 관측소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완공된 이후에는 20개 기관의 연구자 150명이 500명 정도의 국내외 연구자들과 협력해 중성미자를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