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 중국보다 더운 이유는 습도 때문
한국이 일본 중국보다 더운 이유는 습도 때문
여름의 끝자락인 8월 하순이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찜통 더위다.
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진다는 ‘처서 매직’도 올해는 신통치 않다.
비슷한 위도의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보다도 한국의 올 여름이 더 덥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올 여름 유난히 한국이 더운 건 ‘습도’ 때문이다.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대기 중 수분이 많아지면서 습도가 높다.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을수록 대기 중의 열을 가둔다.
체내의 열을 발산하기 어려워지게 만들어 같은 기온에서도 더 덥게 느끼도록 한다.
올 여름 일본 도쿄나 오사카도 30도를 넘는 날이 많았지만, 습도가 낮아 체감 온도는 한국과 비슷해 오히려 낮다.
같은 이유로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도 평년보다 잦아졌다.
서울에서는 31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지표면은 낮 동안 태양 빛을 받아 온도가 올라갔다가,
밤에는 열에너지를 공기 중이나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떨어진다. 이를 ‘복사냉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표면 바로 위에 머무는 습한 공기가 지표면의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하면서 올해는 밤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습도가 높아 푹푹 찌는 찜통더위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23일 전국에 짧고 굵은 비가 내린 뒤 한반도 서쪽에서 티베트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한반도에는 서풍이 불겠다”며
“서해 해수면 온도가 30도 내외로 뜨거워 서풍이 불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날 발생한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을 통과하면서 한반도에는 고온다습한 동풍이 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습도가 높아진 이유를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 중의 수증기 함량이 증가했다.
1979년 이후 습도를 연구한 미 하버드대와 중국과학기술대,
홍콩 침례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5월 습도의 영향까지 감안한 온도인 ‘습구 온도’가 최근 수십 년 간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한국의 여름은 점점 더워질 가능성이 높다.
기온뿐 아니라 습도도 높게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일본과 중국보다 체감 온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버드대와 중국과학기술대, 홍콩 침례대 연구진은 “고온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제습기를 사용하며 공기
순환이 더 좋은 건물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높은 습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