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서로 이름 부른다
코끼리는 서로 이름 부른다
코끼리가 사람처럼 서로를 ‘이름’으로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가 내는 소리를 모방해서 서로를 부르는 앵무새나 돌고래와 달리 사람처럼 실제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파르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삼부루 국립보호구역에서 아프리카 사바나코끼리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코끼리 보호단체인 ‘엘리펀트 보이스(ElephantVoices)’는 코끼리들이 무작위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무리 내에서 특정한 개체를
부르기 위해 웅우거리는 낮은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엘리펀트 보이스의 조이스 풀은
“코끼리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면 나머지 코끼리는 무시하고 한 마리만 고개를 들고 대답하는 것 같은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이스 풀은 코끼리 100여 마리가 낸 신호 469건을 녹음해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에 보냈다.
파르도 교수 연구진은 이를 인공지능(AI) 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녹음을 분석했다. AI는 그중 27.5%의 수신자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모두 17마리를 부르는 이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름이 확인된 코끼리 17마리에게 녹음을 들려줬다.
그 결과 코끼리들은 자기 이름이 들어간 소리를 재생한 스피커에 훨씬 강하게 반응했다.
다른 코끼리를 부르는 소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자기 이름이 들리면 스피커를 향해 걸어오거나 더 많은 소리를 내며 반응했다.
파르도 교수는 “코끼리가 이런 방식으로 서로를 부르기 위해서는 정교한 학습 능력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
추상적인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코끼리에게 사회적 유대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다니엘 블룸스타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끼리의 풍부한 사회생활을 훨씬 더 미묘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코끼리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연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코끼리가 무리를 이끌고 이동할 때 단순히 움직이자는 의미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특정한 ‘지명’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런 식으로 코끼리의 의사소통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사람과 코끼리가 언젠가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끼리 보호단체인 ‘세이브 더 엘리펀츠’의 과학위원회 위원장인 조지 위테머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끼리가 얼마나 영리하고 흥미로운 동물인지 보여준다”며 “코끼리 보호와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위테머 교수는 “코끼리 발성이 정보를 인코딩하는 구체적인 방식이나 기본 요소에 대해 우리는 아직 아는 게 없다”며
“코끼리와 의사 소통하는 건 환상적인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