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임박한 유전자가위 치료제 특허 전쟁도 달아오른다
출시 임박한 유전자가위 치료제 특허 전쟁도 달아오른다
서카포는 옛말 연고포도 힘들다 어느 포스텍 대학원생의 고민
사람이나 동식물의 고장 난 유전자를 바꿔서 질병과 식량,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인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특허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3세대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신약이 출시를 앞두면서 기술을 보유한
연구소와 기업들 간에 분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이제는 유전자가위로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까지 분쟁 당사자가 되면서 신약 출시도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이달 1일(현지 시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로 특허 전쟁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전달자 역할을 하는 리보핵산(RNA)에 절단 효소인 ‘Cas9′을 결합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교정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특허 분쟁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두고 서로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브로드연구소가 특허를 출원한 건 2012년 12월로, UC버클리가 출원한 같은 해 10월보다 두 달이 늦다.
하지만 인간의 세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진핵세포에 실험을 먼저 한 건 브로드연구소다.
UC버클리는 시험관에서 원핵세포로 실험한 내용으로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 특허청은 진핵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실험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분쟁은 UC버클리의 항소로 현재도 진행 중인데, 내년 초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허업계를 한 번 뜨겁게 달궜던 유전자가위 분쟁은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겸상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엑사셀(영국명 카스거비)’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11번 염색체의 염기 이상에 따라 적혈구가 타원이 아닌 낫 모양 생성돼
산소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유전 질환이다. 엑사셀은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교정한 다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지난달 영국에 이어 이달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버텍스가 사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현재 특허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는
미국의 또 다른 제약사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에 독점적인 라이센스가 부여돼 있다.
미국 특허업계는 엑사셀이 FDA 승인을 얻을 경우 연말쯤 브로드연구소와 에디타스가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는 최근 유전 질환에서 대사질환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 규모는
2022년 25억 달러(3조3000억원)에서 2032년 174억 달러(22조8500억원)으로 7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은 점점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리노이대 법대의 제이콥 셰르코프(Jacob Sherkow) 교수는 “연말까지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분야의 특허 소송대리인들이 기다려온 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 분쟁은 한국도 깊은 연관이 있다.
유전자가위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툴젠(72,200원 ▲ 2,700 3.88%)이 주인공이다.
툴젠은 진핵세포에 대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를 브로드연구소보다 두 달 빠른 2012년 10월에 출원했다.
만약 브로드연구소가 UC버클리와의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다음은 툴젠과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