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파 라더니 갑자기 봄 날씨
지난주 한파 라더니 갑자기 봄 날씨
8일 서울의 낮 기온이 18도까지 올라 봄 날씨를 연상케 했다. 불과 지난주 월요일인 지난달 29일만 해도 영하 8도,
체감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내려가 한파주의보가 지난주 한파 발령됐던 상황을 아는 시민들은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어떤 옷을 꺼내 입을 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날씨 변화는 기상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3개월 기상 전망에서 “올겨울은 때때로 강추위가 찾아오겠지만 이상 고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상고온 현상의 이유로 적도 부근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오르는 이른바 ‘엘니뇨’ 현상을 꼽았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같은 지역의 수온이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3년간 지속하다가 지난해 끝나고 올해부터는 엘니뇨가 나타났다.
4년 만의 엘니뇨에 따뜻한 겨울 왔다
스페인어로 ‘소년’을 뜻하는 엘니뇨는 위도 20도 내외 지역에서 1년내내 부는 바람인 무역풍이 약화되면서 남미 연안에서 평소 바다 밑에서
올라오던 차가운 물이 상승하지 못해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한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이 따뜻해지면서 공기가 상승하며 저기압을 나타낸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아지는 서태평양 지역은 강수량이 줄고, 공기의 흐름인 대류 활동이 줄어들어 바다에서 대기로 잠열(潛熱)도 덜 방출된다.
잠열이란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온도변화 없이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데 필요한 열이다.
필리핀 앞 바다의 대기 하층에서는 고기압성 순환, 상층엔 저기압성 순환이 형성되는데 이는 일본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을 발달시킨다.
북반구에서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되는데 이에 따라 일본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한반도에 따뜻한 남풍이 분다.
서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높고, 동인도양 해수면 온도는 낮은 상황도 일본 동쪽에 고기압을 발달시켜 유사한 효과를 더한다.
기상청은 이런 환경 때문에 올해 한국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 12월과 내년 2월에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은 모두 40%인데 반해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불과했다.
내년 1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가능성이 50%고 높을 확률은 30%, 낮을 확률은 20%다.
기상청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 전 세계 11개 기상청과 관계 기관의 기후 예측 모델에서도 한국 겨울철 기온은 모두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따뜻한 겨울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국 국제기후환경과학센터(ICCES) 연구팀은 지난 1일 국제학술지 ‘대기과학 발전(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서 자체 개발한 기후
예측 시스템을 통해 “엘니뇨 현상과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의 결과로 올겨울 지구 평균 표면 온도(GMST)는 기록된 역사상 가장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 기온은 올해 6월부터 기존 기록을 경신하면서 꾸준히 상승했다.
9월에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보다 1.82도나 높은 평균 기온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따뜻한 기온의 원인으로 엘니뇨를 꼽으며 “강한 엘니뇨 현상이 향후 2~3개월 이내에 성숙
단계에 도달해 동아시아와 북미의 겨울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엘니뇨의 영향이 극대화되는 겨울에 전 세계 기온이 신기록을 세울 확률이 95%에 이른다”며 “유라시아의 중위도와 저위도
지역은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도 1991년 이후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지난 19일(현지 시각) 발표한 ‘겨울 전망 보고서’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엘니뇨 영향을 받는 겨울을 맞는다”며 “미국 북부와 서부 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별로는 알래스카와 태평양 연안 북서부, 뉴잉글랜드 북부에서 따뜻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로키산맥 중남부에서 남부 평원에 이르는 지역은 평년에 가까운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으며,
나머지 지역의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비슷한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0일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올해가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제 사회가 온난화 억제 목표를 세울 때 산업화
이전 시기로 간주하는 지난 1850∼1900년 지구 평균기온보다 올해 1∼10월 평균기온이 이미 1.4도 높았고 11∼12월 수치를
반영해도 역사상 가장 더운 해인 2016년과 2020년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