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좁다 기업의 다음 무대는 우주 경영학자의 행성경제론
지구는 좁다 기업의 다음 무대는 우주 경영학자의 행성경제론
2020년 초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30년 안에 화성으로 100만명을 보내겠다는 글을 올렸을 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가 주도한 재활용 발사체의 신화 같은 성공을 목격한 열혈 지지자조차 무리수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반세기만에 다시 달에 우주인 두 명을 보내겠다는 마당에 작은 나라 인구에 맞먹는
사람을 달보다 600배나 먼 곳까지 이주시키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계획이라고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머스크가 한 발언을 다르게,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 경영학자가 있었다.
머스크의 주장이야말로 반세기 넘게 이어진 경제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는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본 것이다.
권오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론 머스크의 100만명 화성 이주계획은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기업들이 60년간 통용된 글로벌 경제에서 벗어나 ‘행성경제’라는 더 큰 틀로 옮겨가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대학에서 경영정보학과 데이터 과학을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은 우주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우주에 지구와 같은 산업 생태계를 꽃 피우려면 과학자와 엔지니어만으론 어렵다고 말한다.
엄혹한 우주환경을 극복할 기술을 극복하며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을 우주에 보내려면 마케팅과 경영, 법률, 인사 같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다양성은 우주경제를 풍성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2021년 뜻을 함께하는 우주 전문가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경희대 경영학과와 우주과학과, 기계공학과,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주축으로 출범한 ‘K-스페이스 워킹그룹’이다.
과학자와 공학자, 엔지니어, 군인과 정책가, 우주 관광시대를 궁금해 하는 학자가 알음알음 모였다.
미 대사관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관계자들도 소문을 듣고 참여했다.
지난 1월에는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두고 존 리 전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본부장을 초청해 ‘한국형 나사’의 방향과 과제를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존 리 전 본부장은 지난 30일 문을 연 우주항공청 첫 우주항공임무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모임은 올초까지 10차례 행사를 열었다.
여느 우주 행사와 다르게 모임은 전통적인 우주산업인 발사체와 위성 기술에만 집착하지 않고, 산업과 경제, 국방, 외교, 교육 등 다양한 관점에서 현안을 짚었다.
지금까지 K-스페이스 워킹그룹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만 300여명에 이른다.
우주경제 분야에선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가 네트워크이다.
지난달 23일 대학 축제가 한창이던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난 권 교수는
“꼭 로켓이나 위성을 만드는 전통의 우주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에도 우주가 시장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들도 이제는 행성경제, 우주경제 시대를 말할 때가 왔다”고 했다.
권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리는 ‘스페이스K’에서 우주경제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기업들을 주제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