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 날고기 먹은 고양이 주의 필요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 날고기 먹은 고양이 주의 필요
반려동물에게 멸균되지 않은 우유나 날고기 같은 생식 사료를 제공할 경우
고병원성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수의학계에서는 생식 사료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을 높여 공중보건에까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15일 해외 언론에 따르면, 반려동물에게 생고기나 생우유 같은 비가공 식품을 제공하는 것을 ‘자연주의 식단’이라고 광고하는 브랜드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이 생식을 통해 자연적인 면역력을 얻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가열 살균되지 않은 젖소의 생우유와 열처리 또는 멸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소·닭고기가 반려동물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오히려 증가시킨다고 경고한다.
만약 반려동물이 감염된다면, 이에 따라 함께 사는 사람들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종으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디아제 단백질이 각각 5형과 1형이라 하여 H5N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HA는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 결합하는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세포를 뚫고 나오는 기능을 한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 조류, 젖소, 가금류 사이에 퍼지면서 반려동물이 감염된 생식 사료를 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된 생우유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돼 해당 제품이 리콜된 바 있다.
특히 고양이는 H5N1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다.
장관 내에 많은 H5N1 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염 시 사망률은 50%에 달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생식 사료를 먹고 H5N1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보건당국은 시중에 판매되는 생닭이나 가공되지 않은 우유 등이 감염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반려동물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에게도 위험해지는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5N1은 고온에 약하지만 생식 사료에서는 살아남아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H5N1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전염되면 치명율이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5N1 감염 시 치명률은 50% 가까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조류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며, 사람 간 전파는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확인된 사망 사례는 총 4건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뒷마당 닭들과 야생 조류에 노출된 65세 환자가 H5N1에 감염되어 숨졌다.
이후 캄보디아에서도 닭장이 근처에서 잠을 자던 아동 등 두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근 멕시코에서 3세 아이가 H5N1 감염으로 사망했다.
생식 사료 열풍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수의학회(AAHA)는 “생식 사료가 반려동물의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려동물 생식 열풍이 백신 거부 운동과 닮은 반과학적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식이 반려동물 건강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