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모래 비가 내리는 외계행성 발견
제임스 웹 모래 비가 내리는 외계행성 발견
2021년 개봉한 과학영화 ‘듄’은 가상의 모래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모래행성 타투인 역시 아라키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인류가 만든 최대 규모의 우주망원경이 모래 비가 내리는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외계행성을 포착했다.
외계행성의 특이한 대기를 분석하면 우리 태양계의 행성 진화 과정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벨기에 루뱅대 물리·천문학과의 린 데신(Leen Decin) 교수 연구진은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 WASP-107b의 대기에서 수증기와 이산화황, 규산염 모래 구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이번에 12국 29개 연구 기관에서 천문학자 46명이 참여한 유럽 컨소시엄이 WASP-107b 관측을 진행했다.
WASP-107b는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행성이다.
2017년 지구로부터서 200광년(光年,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서 처음 발견됐다.
태양보다 온도가 낮고 질량이 적은 별(항성)인 WASP-107을 공전한다.
데신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른바 투과 분광학이라는 방법으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했다.
행성이 지나가면 항성에서 나온 빛이 대기를 통과한다.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마다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중적외선 관측장비(MIRI)로 항성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외계행성을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포착해 대기의 구성 성분을 알아냈다.
WASP-107b 행성은 질량이 태양계의 가스 행성인 해왕성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해왕성보다 훨씬 큰 목성과 비슷하다.
해왕성은 반지름이 지구의 4배이고, 목성은 11배나 된다. 이 외계행성은 해왕성보다 훨씬 밀도가 낮아 말 그대로 부풀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계행성의 대기 밀도가 낮은 덕분에 연구진은 대기 안쪽까지 관측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대기에서 수증기와 이산화황뿐 아니라 규산염 모래 구름까지 발견됐다.
온실가스인 메탄은 없었다. 연구진은 메탄이 없다는 것은 내부가 따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성냥 타는 냄새로 알려진 이산화황이 발견된 것도 대기 상태를 짐작게 했다.
행성이 공전하는 항성은 온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방출하지만, 행성의 대기가 부푼 상태여서 에너지가 내부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
덕분에 이산화황을 생성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모래 구름을 발견한 것이다. 수증기와 이산화황은 구름이 없는 조건을 가정했을 때보다 훨씬 신호가 낮았다.
고고도에 구름이 있어 수증기와 이산화황에서 나오는 신호를 가렸다는 말이다.
구름은 지구에서 모래를 이루는 규산염 입자로 이뤄져 있었다.
다른 외계행성에서도 구름이 있다고 추정됐지만, 구름의 화학 성분을 명확히 규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데신 교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 특성 분석에 혁명을 일으켰다”며
“외계행성의 대기를 통해 행성 형성과 진화를 새롭게 이해함으로써 우리 태양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대기에서는 물이 낮은 온도에서 얼어붙지만, 섭씨 1000에 이르는 가스 행성에서는 모래 입자가 얼어붙어 구름을 이룰 수 있다.
연구진은 고고도 대기에서 모래 구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래 입자가 수직으로 순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순환 과정은 이렇다. 모래 구름이 응축해 비로 내렸다가 대기 안쪽 뜨거운 곳에서 다시 증발해 위로 올라간다.
온도가 더 낮은 고고도에서 증발한 모래가 다시 응축되면 모래 구름이 형성된다.
연구진은 “지구의 수증기와 구름의 순환과 흡사하지만, 빗방울이 모래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며
“수직 이동을 통한 승화와 응축의 지속적인 순환이 WASP-107b의 대기에서 모래 구름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