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선택 넘어선 인류 인공 진화 시대를 맞이하다
자연 선택 넘어선 인류 인공 진화 시대를 맞이하다
나비 날개로 한낮 자동차 식힌다, 폭염에 맞선 냉방 신기술
지금부터 약 200만에서 4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다. 이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기까지 여러 차례의 진화가 있었다. 이는 여러 차례의 ‘생존’이 있었다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 몇 백만년에 걸쳐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보다 생존에 유리한 존재가 끝까지 살아남아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며 주류가 된 것이다. 그 과정을 우리는 자연 선택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에 걸친 진화와 자연 선택은 아직도 유효할까? 책의 저자인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제
자연 선택이 아닌 ‘인공 진화’의 시대가 왔다고 책에서 주장한다.
인류가 자신들이 만든 첨단 기술을 이용해 육체는 물론 정신적인 차원에서까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인류는 생명공학, 나노기술을 이용해 육체적 부문에서 인공 진화를 이뤄냈다. 책은 이를 ‘육체의 확장’이라 표현한다.
첨단 의술과 인공 장기 제작, 유전자 변형과 같은 기술 덕에 인간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신체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세기 초 46~48세 수준이었던 인간의 평균 수명은 현재 80세 남짓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사물인터넷, 로봇 기술을 이용해 작업 능률이 크게 상승한 것도 육체의 확장을 이끌었다.
정신적 차원에서 인류의 인공 진화를 이끈 건 단연 인공지능(AI) 기술이다. 학습과 추론은 물론 문제해결까지 가능한 기계와
알고리즘을 만들어 의사결정과 작업 자동화에 활용하고 있다.
인간이 직접 기술을 설계해 자신들의 지능을 확장시키는 데 쓰고 있다.
책은 이러한 인공 진화로 인간이 신적인 존재에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도 던진다. 지난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챗GPT를
이용해 25명의 AI 아바타가 살아가는 마을을 공개했다. 25명 모두에게 기본 설정과 상황을 할당하자 이들은 인간이 외적으로
행동을 조작하지 않아도 가상 세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았다. 파티를 열고 싶다는 설정을 넣으면 아바타들은 알아서
파티 초대장을 뿌리고 약속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 새로운 지인을 사귀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이런 세계를 창조하는 인류를 기존의 인류와 동일하게 봐도 될까”라고 묻는다.
자연 선택은 인공 진화로 바뀌었지만 대격변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건 몇 백만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고대 인류가 뗀석기를 활용하기 시작한 옆 부족 사람들에 저항하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현대 인류는
기계와 AI가 자기 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맞서 경제적 차원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김 교수는 책에서 “전화 상담원 1000명이 똑같은 업무를 하던 시대는 끝날 것”이라며 “그 일을 대신 해주는
기계와 시스템을 수십 명 직원이 관리하는 형태가 머지 않았다”고 내다본다. 인공 진화를 통해 스스로
불러온 초인류 시대가 인류가 먹고 살 방법을 역으로 줄여나가는 셈이다.
이러한 초인류 시대 속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인문학·철학적 사고가 인간의 존재 의의를 지탱해줄 것이라 주장한다.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인간 만의 근본적 차이점, 즉 비판적 사고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입증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리란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거듭 뛰어넘으며 도달한 초인류 시대에서
역으로 인간 고유의 능력을 강조하는 저자의 시선은 보는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책은 마지막까지 그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김 교수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두려워하며
한 걸음 물러서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래를 만드는 주체는 바로 당신이다”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