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초전도 광물 찾았다
자연에서 초전도 광물 찾았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물질에서 특이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됐다.
이 물질은 실험실에서 화학적 합성으로 만든 초전도체와 특성이 달라 초전도체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초전도 현상은 의료기기와 양자 컴퓨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루슬란 프로조로프(Ruslan Prozorov)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겸 에임스국립연구소 선임 물리학자 연구팀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미아사이트(Miassite)’에서 비재래식 초전도성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머티리얼즈(Communications Materials)’에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자연 광물에서 비재래식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초전도는 전류가 흐를 때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물질이 초전도 상태가 되면 내부의 자기장이 외부로 밀려나면서 공중에 뜨게 되는 ‘마이스너 효과’도 나타난다.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저항으로 사라지는 전기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연구진이 발표해 논란이 일었던 ‘LK-99′ 같은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로 구현된다면 에너지 혁명이 가능하다.
루슬란 프로조로프 교수 연구팀이 초전도성을 찾은 물질은 미아사이트다.
미아사이트는 백금에서 얻을 수 있는 로듐(Rh)과 황(S)이 합쳐져 만들어진 회색 금속이다.
자연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광물로,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다만 자연에서 결정체로는 잘 자라지 않아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실에서 결정체로 만든 미아사이트가 사용됐다.
미아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비재래식 초전도체라는 점이다. 비재래식 초전도체는 기존 초전도체의 특성 외에 다른 성질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주석과 납, 니오븀 합금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기존 초전도체는 ‘BCS(바딘-쿠퍼-슈리퍼) 이론’을 따른다.
BCS 이론은 결정 격자 구조의 진동이 전자 사이 접착제 역할을 하고, 2개의 전자가 한 쌍을 이루는 ‘쿠퍼 쌍’이 돼 원자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동한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초전도체의 전기전도와 마이스너 효과를 계산하는 런던방정식을 이용해 미아사이트의 초전도성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미아사이트는 쿠퍼 쌍으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과 전자의 움직임이 달랐다.
특히 전자가 쌍을 이뤄 산란을 일으키는 기존 초전도체와 달리 미아사이트는 전자 산란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미아사이트를 초전도체로 사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팀은 미아사이트를 초전도체로 사용하기 위해선 전자가 저항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저온 상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아사이트는 깨지기 쉽고, 철이나 니켈 같은 불순물에 취약해 로듐과 황만 남겨놓는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
미아사이트에서 비재래식 초전도성을 발견한 이번 연구는 실험실 안에서만 일어날 것으로 여겨졌던 초전도 현상이 자연 상태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미 초전도체는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나 양자 컴퓨터, 에너지 전송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밝혀진 특성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는 비재래식 초전도체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조로프 교수는 “일반적으로 초전도체는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에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낚시 구멍을 찾을만한 확률로 자연에서 새로운 특성의 초전도체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비재래식 초전도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건 초전도체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데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