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이 뜨거워지면 뎅기열이 퍼진다
인도양이 뜨거워지면 뎅기열이 퍼진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전염병인 뎅기열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기로 전염되는 뎅기열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지만 최근 남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환자가 급증했다.
티안 화이유(Huaiyu Tian) 중국 베이징사범대 교수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전 세계 뎅기열 환자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에 물려 감염되는 병이다.
모기에 물리고 5~7일 지나면 고열·두통·오한이 발생한다. 감염자 중 5%는 뎅기 출혈열 같은 중증으로 진행되면서 사망에 이른다.
연구진은 해수면 온도와 뎅기열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인도양에 주목했다.
인도양은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와 아라비아 반도, 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넓은 바다이다.
남쪽으로는 남극에 이른다. 인도양은 태평양이나 대서양보다 열대 지역 기온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대륙 46국에서 보고된 1990~2019년 뎅기열 발병 자료를 수집했다.
여기에 24국에서 수집된 2014~2019년 월별 뎅기열 발병 사례까지 합쳐 인도양 해수면 온도와 비교했다.
인도양 해수면 온도는 IOBW(Index of the Indian Ocean Basin-Wide)라는 지수로 환산했다.
IOBW 지수가 높아지면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따뜻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뎅기열 발병 건수와 인도양 해수면 온도 자료를 컴퓨터 기후 예측 모델에 입력해 분석했다.
IOBW 지수가 1 정도 높아지면 뎅기열 발병률이 북반구에서는 22%, 남반구에서는 27% 늘었다.
연구진은 이 계산 값을 태국에 적용했을 때 1만 명당 뎅기열 발병이 0.3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태국 인구가 7188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IOWB 지수가 1 높아지면 뎅기열 환자 2156명이 더 발생하는 셈이다.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뎅기열 환자가 늘어나는 건 열대 지방 전역의 온난화로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뎅기열 감염을 일으키는 모기 개체 수가 늘면 바이러스 전파 능력도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기존 뎅기열 예측 시스템은 특정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을 지표로 삼아, 예측 가능 기간이 12~2주에 그쳤다.
하지만 인도양 같은 글로벌 기후 패턴과 지역 날씨를 연동하면 6개월 이상 장기 추세를 예측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뎅기열은 전 세계 인구 절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어 공중 보건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인도양 해수면 온도는 뎅기열 예측에 잠재력을 지닌 기후 지표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전 세계 69국에서 발생한 뎅기열 환자는 500만 명에 달한다.
남미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한 한국인 중에서도 뎅기열 감염 사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