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원 보노보도 인간처럼 문법 쓴다
유인원 보노보도 인간처럼 문법 쓴다
보노보가 사람과 비슷한 문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듯 뜻이 다른 소리를 이어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언어 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취리히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진은 “보노보가 인간만 가졌다고 생각한 문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밝혔다.
보노보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사람과로 분류되는 유인원이다.
침팬지처럼 생겼지만, 종이 다르다.
인간과 침팬지가 공동 조상에서 500만 년 전 갈라져 각각 진화했고, 보노보는 침팬지에서 250만 년 전에 갈라져 진화했다.
이렇게 보면 지금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보노보인 셈이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콜로포리 보노보 보호구역에서 성체 보노보 30마리를 5개월 동안 관찰했다.
보노보가 내는 소리를 1000번 정도 기록했고, 발성 전후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폈다.
보노보가 소리를 낼 때 상황과 행동, 그리고 발성 이후 다른 보노보들의 행동 등을 관찰했다.
보노보가 낸 소리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언어학에서 단어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이용했다.
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단어를 추리듯,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한 소리들을 한데 모았다.
논문 교신저자인 취리히대 인류학과의 멜리사 베레트 박사는 “일종의 보노보 언어 사전을 만든 셈”이라며 “하나의 발성에 하나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보노보가 한 의미를 가진 소리만 내지 않고 여러 소리를 묶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확인했다.
마치 사람이 여러 단어를 묶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듯 보노보도 서로 다른 소리를 묶어서 자신의 상황을 동료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를 주목하라’는 의미를 지닌 높은 소리와 ‘나는 흥분했다’는 의미를 지닌 낮은 소리를 묶어서 사용하면, 보노보가 다른 개체에게 위협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보노보가 낸 소리는 ‘공격을 받고 있으니 나를 챙겨 달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베르데 박사는 “보노보가 인간과 유사한 매우 복잡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노보는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 종으로 꼽힌다.
그만큼 실제로 보노보의 여러 능력이 인간과 유사하다.
지난 2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보노보가 협력해야 할 동료가 어떤 상황에 대해 무지한지 파악하고 정보를 알려준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4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보노보 칸지는 과학자에게 기호그림을 배워 두 살배기 아기 이상 수준으로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고 석기를 만들고 쓰는 것은 물론, 비디오 게임까지 즐겼다.
취리히대와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번에 보노보에서 확인된 언어 구성 능력이 인간 언어 능력의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의 마틴 서벡 교수는 “인간과 보노보는 공통 조상을 가졌기 때문에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언어 구성 능력도 그런 특성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