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에게 보냈던 고래의 노래 발성 비밀 밝혔다
외계인에게 보냈던 고래의 노래 발성 비밀 밝혔다
성능 검토 시작도 못한 차세대발사체 달 착륙도 재차 연기 위기
미국 록펠러대의 생물학자인 로저 페인(Roger Payne) 교수는 1970년 음반을 발표했다.
작곡자나 가수, 가사도 없는 음반이었지만 10만장 넘게 팔렸고 ‘빌보드 200′ 차트에도 진입했다.
바로 혹등고래가 물속에서 내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었다.
나중에 고래의 노래는 미국의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린 금제(金製) 은반에도 들어갔다.
우주에서 만날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를 알려줄 대표적 소리로 선정된 것이다.
인류가 혹등고래의 노래에 매혹된 지 50년도 넘었지만 고래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덴마크 과학자들이 마침내 답을 찾았다. 고래는 후두에 사람의 성대와 비슷한 구조가 있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래 소리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주파수 대역이 같아 갈수록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인간 때문에 고래가 사는 바다가 침묵에 빠질지 모른다는 말이다.
후두는 바다에 살던 동물이 육지로 나오면서 호흡하는 공기와 섭취하는 먹이를 분리하기 위해 진화한 조직이다.
후두 입구에 있는 후두개가 물이나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
포유류는 후두개 밑에 성대라는 주름 조직을 진화시켜 폐에서 내뿜는 공기가 진동을 일으킬 때 소리를 생성한다.
서던 덴마크대 생물학과의 코엔 엘레먼스(Coen Elemans) 교수와 오스트리아 빈대학 행동인지생물학과의 테쿰세 피치(Tecumseh Fitch)
교수 연구진은 22일 “혹등고래와 같은 대형 수염고래류(baleen whale)는 후두에 저주파 발성이 가능한 구조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대왕고래나 혹등고래, 북극고래 같은 수염고래류는 입에 있는 빳빳한 수염으로 바닷물을 걸러 크릴 같은 작은 먹이를 먹는다.
이빨로 먹이를 물어뜯는 범고래, 돌고래는 이빨고래류(toothed whale)로 불린다. 소리를 내는 방식도 다르다.
이빨고래류는 후두로 기도를 막고 코에서 소리를 내지만, 수염고래류는 여전히 후두를 성대처럼 쓴다고 추정됐다.
하지만 수염고래가 정확히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수염고래가 숨구멍(콧구멍)으로 공기를 흡입하면 비강 통로를 거쳐 차례대로 후두, 기관, 폐로 이동한다.
소리를 낼 때는 폐에서 후두로 공기를 밀어낸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해변에 쓸려온 수염고래의 사체를 해부해 후두에 있는 U자형 주름이 육상 포유류의 성대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육상 포유류와 같다면 공기가 고래의 후두를 지나가면서 U자 주름 끝에 진동을 일으켜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번 연구진은 수염고래는 육상 포유류의 성대와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내는 과정을 밝혀냈다.
엘레먼스 교수는 “육지에 살던 고래의 조상들이 바다로 돌아왔을 때 기본적으로 후두를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염고래류인 보리고래와 밍크고래, 혹등고래 사체에서 가져온 후두에 공기를 불어 넣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생각한 것처럼 서로 마주 보고 있는 U자 주름의 돌출부가 진동하지 않고, 후두 상단의 지방 쿠션과 U자 주름의 윗면이 진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엘레먼스 교수는 “U자 주름이 후두 안쪽에 있는 커다란 지방 쿠션에 밀착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고래가 폐의 공기를 밀어내면 지방 쿠션이 진동하기 시작하고 매우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염고래는 특이한 후두 구조 덕분에 물의 흡입을 막으면서도 소리를 내고 공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노래할 때는 공기가 폐에서 후두로 흘러가 지방 쿠션과 U자 주름을 진동시키고, 후두 공기 주머니로 간다.
후두 공기 주머니가 수축하면 다음 발성을 위해 공기가 다시 폐로 가서 재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