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껍질로 밝혀진 진화의 비밀

공룡이 남긴 알 화석에는 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현대 파충류의 알껍데기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지만, 이 구조가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화석화 과정에서 변형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죠.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드디어 이 미스터리를 풀어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중국, 스페인, 미국에서 발굴된 공룡 알 화석을 정밀 분석했는데요.

연구 결과, 공룡 알 껍데기의 독특한 구조는 생물학적 과정에서 형성된 것임을 밝혔습니다.

즉, 공룡의 알 껍데기는 처음부터 오늘날 파충류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리며 주목받았습니다.

알껍데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배아를 둘러싼 껍질막에서 광물이 쌓이며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인 조류의 알껍데기에서는 광물 결정이 나뭇가지 모양으로 막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패턴을 보이죠.

공룡알에는 이차 알껍데기 단위라는 독특한 구조가 있는데, 여기서는 광물 결정이 껍질막뿐만 아니라 다른 위치에서도 시작됩니다.

마치 단순한 형태가 끝없이 반복되어 복잡한 도형을 만들어내는 프랙탈 구조에 가깝습니다.

놀랍게도 오늘날 거북과 악어의 알 또한 이런 구조를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생존하는 이 생물들의 알 구조는 확실히 생물학적으로 형성되지만, 공룡알의 이 독특한 이차 구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것인지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동아시아 연구진, 특히 중국의 연구자들은 이를 생물학적 구조라고 본 반면, 유럽의 연구진은 화석화 과정의 부산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연구팀은 이번에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공룡알 화석과 현대 거북 및 악어의 알 구조를 비교하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분석 결과,

공룡알의 독특한 구조는 유기물 섬유를 기반으로 광물 결정이 자라면서 형성되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오늘날 거북이나 악어가 알을 형성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만약 이 차별화된 구조가 화석화 과정에서 단순히 형성된 것이라면,

결정들은 무작위로 자라야 하지만 공룡알에서는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분명 생물학적 기원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습니다. 거북, 악어 그리고 과거의 공룡들이 가진 알껍데기의 기본 구조는 비슷했지만,

껍데기를 구성하는 광물의 종류는 서로 달랐죠.

연구팀은 이를 두고 같은 생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되, 환경적 조건과 종의 특성에 따라 결과물이 조금씩 달라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