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고준위 핵처분장 핀란드 온칼로
세계 첫 고준위 핵처분장 핀란드 온칼로
지난 4월 29일(현지 시각)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북해의 맑은 하늘 아래 3시간 40분을 달리자 서부 연안에 위치한 도시 ‘라우마(Rauma)’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차를 갈아 타고 15분 정도 가니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건물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핀란드 서쪽의 작은 섬 ‘올킬루오토(Olkiluoto)’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섬은 원자력 발전부터 핵폐기물 처리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유럽 최대 원전으로 꼽히는 올킬루오토 3호기를 비롯해 올킬루오토 1, 2호기가 해안가에 있고, 주변에 냉각수와 오염된 장갑과 같은 폐기물을 버리는 곳도 있다.
섬 내륙 지하에는 건설 막바지에 접어든 세계 최초의 사용후 핵연료 영구 저장소인 ‘온칼로(Onkalo)’도 있다.
핀란드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문회사 포시바 오이(Posiva Oy)의 파시 투오히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온칼로는 2020년대 중반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라며 “올해 말에 핀란드 방사선 및 원자력 안전청(STUK)의 허가를 받고
내년에 가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시바 오이는 온칼로의 건설과 운영을 모두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2023년 기준 전력의 41%가 원자력에서 나올 만큼 원자력 의존도가 높다.
이에 맞춰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온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고민도 일찍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대규모 핵폐기물 처리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 조사와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후보 지역들 중 주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지리적 조건이 유리한 에우라요키시 올킬루오토섬을 최종 장소로 선정했다.
검토를 시작한 지 40년 만에야 온칼로 건설을 시작했다.
온칼로는 올킬루오토섬 지하 450m 지점에 있다. 원래 지하 연구를 위한 지하암반조사시설이었으나 적합성 평가를 거쳐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18억년 된 화강암 지층이 자리 잡은 덕분에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작다.
나선형의 터널을 따라 지하로 들어가면 핵폐기물을 넣고 봉할 터널들이 줄지어 있는 형태다. 건설이 끝나면 최종 터널의 길이는 50㎞에 달할 예정이다.
터널 내부에는 약 8m의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다. 이곳에 손톱 크기의 핵폐기물들을 두껍게 감싼 캡슐을 넣고 점토로 주변을 채워 밀봉한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로 이뤄진다”며 “온칼로가 목표한 100년 동안 폐기물을 저장해두면 방사능은 1만분의 1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칼로 건설과 운영 비용은 총 8억1800만 유로(약 1조2000억원), 핵폐기물 관리 기금은 약 14억 유로(약 2조원)에 달한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을까.
투오히마 매니저는 “온칼로 내 핵폐기물은 6겹 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며 “밀봉이 끝난 터널 위를 어린이가 지나가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분필 도막 같은 펠릿 형태의 핵폐기물은 지르코늄 기반의 합금 막대 안에 넣어 보관한다.
합금 막대는 철과 구리 재질의 금속 용기 안에 들어간다.
이후 핵폐기물이 담긴 용기는 터널 안의 구멍으로 들어가고, 점토와 지반이 둘러싼다. 용기 내부는 아르곤으로 채워 부식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투오히마 매니저는 “온칼로가 위치한 지반 역시 단단해 지진과 같은 재해의 영향을 받을 걱정 없다”고 밝혔다.
핀란드는 지각판 경계가 아닌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기반암 자체도 20억년 동안 압축돼 단단하다는 것이다.
기반암에 물이 흐르는 균열이 있긴 하지만 온칼로 터널은 이 부분을 피해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