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더콜리는 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치기 선수인가
보더콜리는 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치기 선수인가
보더콜리와 같은 목양견은 높은 지능으로 유명하며, 사람의 지시 없이도 양과 소 떼를 능숙하게 몰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양치기 개의 능력이 훈련보다는 유전자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와 미국 국립보건원 인간게놈연구소의 공동 연구진은 양치기 개의 행동 특성과 관련된 유전적 신호를 찾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보더콜리, 벨기에 셰퍼드, 웰시 코기 등 12가지 목양견 품종과 목양과 무관한 91개의 개 품종 전장 유전체를 해독해 비교했습니다.
이 분석에는 551마리 개와 야생 늑대 33마리의 유전체도 포함되었습니다.
분석 결과, 양치기 개들은 전체적인 개들과 비교했을 때 EPHB1 유전자에서 특별한 변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유전자는 공간 기억력과 행동 조절을 담당하며, 양이나 소를 빠르게 몰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EPHB1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개들은 장난감을 쫓거나 물고 놀기를 더 자주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양치기 개들은 문제 해결과 학습 능력에 관련된 여러 유전자도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보더콜리의 경우, 기억 유지, 운동 학습, 사회적 상호작용, 공간 기억 등과 관련된 8개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변이는 추격 및 물기 패턴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는 보더콜리가 양 떼를 몰 때 보여주는 낮은 자세와 민첩한 움직임을 설명합니다.
양치기 개들은 먹잇감을 죽이는 본능은 줄어들고, 추격 및 몰아가는 행동만 남았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들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데 적합한 개들을 선택하여 교배를 반복한 결과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개의 행동이 훈련이나 환경뿐만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서도 비롯된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행동과 유전자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큰 의미를 가지는 결과입니다.
김재민 경상국립대 교수는 “특정 개 품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설명하는 유전자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목양견의 유전 정보와 행동 특성을 결합하여 살펴본 첫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품종과 표본 수를 확대하여 반려견의 다양한 행동 특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 연구는 동물 행동 유전학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성향 예측 및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실용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