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프로펠러 되는 트랜스포머 로봇
바퀴가 프로펠러 되는 트랜스포머 로봇
네 바퀴로 달리다가 몸을 일으키고 이내 하늘을 난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오토봇들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이동하는 로봇이 개발됐다.
트랜스포머 로봇이 상용화되면 외진 곳에 소포를 배달하거나 우주 탐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항공우주공학과의 모르테자 가립(Morteza Gharib) 교수와 노스이스턴대 전기컴퓨터공학과의
얼리제라 라메자니(Alireza Ramezani) 교수 연구진은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
로봇이 바퀴를 프로펠러와 손으로 변형하며 기어 다니다가 일어서고 하늘을 날아다니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에서 트랜스포머 로봇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칼텍의 가립 교수는 “
거북이는 모래 위를 기어 다니다가 물속에서 아주 능숙하게 수영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동물은 자신의 팔다리나 날개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쓴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바다사자 지느러미는 바다에서는 헤엄치는 데 쓰지만, 육지에서는 다리처럼 사용한다.
미어캣은 다리로 뛰어다니다가 정찰을 할 때는 뒷다리를 세워 일어선다.
새도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언덕을 기어오를 때는 몸의 균형을 잡는 데 활용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다중 이동수단 변신 로봇(Multi-Modal Mobility Morphobot)’을 알파벳 앞 자를 따 M4로 불렀다.
로봇은 지상에서 네 바퀴를 굴려 이동하다가, 바퀴를 수평으로 접으면 프로펠러가 돼 하늘을 나는 드론이 된다.
M4는 비행, 구르기, 기어가기, 웅크리기, 균형 잡기, 텀블링, 정찰, 물체 집기 등 8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찰 모드에서는 미어캣처럼 뒤쪽 두 바퀴를 세워 일어서 주변을 더 잘 볼 수 있다. 앞 바퀴가 프로펠러가 돼 몸을 일으킨 덕분이다.
도로 상태 따라 신발 갈아 신는 로봇도
이전에도 상황에 따라 변신하며 이동하는 로봇이 있었다.
지난 2020년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에서 사람처럼 도로 사정에 따라 발 모양을 바꾸는 트랜스포머 로봇을 발표했다.
평지는 바퀴로 달리고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 갈퀴 모양의 다리로 걸어서 이동했다.
자동차가 모래에 빠지면 바퀴가 헛돌고 꼼짝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두 다리로 모래사장이든 눈밭이든 문제없이 이동한다.
연구진은 이를 로봇에 적용했다. 길이 울퉁불퉁해지면 바퀴 가운데 있는 T자형 홈에 갈퀴 모양의 로봇 다리를 끼운다.
이제 로봇은 마치 곤충처럼 갈퀴 로봇 다리를 움직여 험한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특히 로봇은 자체 로봇팔로 바퀴 교체를 직접 할 수 있다. 길이 험해지면 로봇팔이 동체에 들어 있는 로봇 다리를 꺼내 바퀴에 끼운다.
로봇 다리는 자석의 힘으로 미끄러지듯 홈에 결합한다. 다리 교체는 13초면 됐다.
화성 탐사 로버와 헬기 결합 가능
과학자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형태를 바꾸는 로봇은 교통망이 열악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로망이 갖춰지지 않은 외진 곳에 소포를 배달하거나 자연재해 현장에서 수색과 구조 작업을 도울 수 있다.
트랜스포머 로봇은 지구 밖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노스이스턴대의 라메자니 교수는 “이 기술은 미래의 우주 탐사, 특히 화성 탐사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화성의 로버(rover, 이동형 탐사로봇)는 네 바퀴를 굴려 이동한다.
M4가 화성에 간다면 평평한 곳에서는 기존 로버처럼 이동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뒷바퀴로 일어서 넘을 수 있다.
계곡이 깊으면 아예 바퀴를 프로펠러로 변신해 날면 된다. 최근 화성 탐사에 투입된 헬기 로봇이 기존 로버와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하늘과 땅을 넘나들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는 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가립 교수는 “우리 주변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