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만 있으면 우주에서 식량 약 걱정 없어요
미생물만 있으면 우주에서 식량 약 걱정 없어요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6월 도전적인 화성 거주 실험을 시작했다.
화성의 환경을 재현한 ‘모의 화성’에 총 4명이 들어가 1년간 작물 재배와 로봇 작업을 수행하는 ‘차피(CHAPEA)’ 프로젝트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화성에 고립됐을 때를 대비해 화성에서의 생존 데이터를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류의 화성 이주 꿈을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은 식품과 의약품, 필수품을 만드는 재료를 조달하는 문제다.
지구에서 화성을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면 2년인데, 우주인 1명은 매일 1.83㎏의 식량을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따졌을 때 우주인 6명이 화성을 간다면 최소 7351㎏의 식량이 필요하다.
화성 탐사에 필요한 자원을 실어 로켓을 발사하기엔 비용과 위험 부담이 매우 큰 것이다.
미생물 산업화 전문가인 애덤 아킨(Adam Arkin)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화성에서 직접 제조하는 방식이다.
아킨 교수는 1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4년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나서 우주에서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생필품 제조 방식을 발표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해 특정 물질의 생산을 최적화하는 연구 분야다.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단백질, 인공 세포 같은 생명 시스템을 설계한다.
미생물의 대사를 조작하고 생명 반응을 통해 식품과 의약품 제조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아킨 교수는 화성에 이른바 ‘미생물 공장’을 세우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 대신 미생물을 가져가 화성의 대기 물질·태양광·물과 합성한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화성 탐사에 필요한 생필품의 질량을 최대 85% 줄일 수 있다.
화성 미생물 공장을 설치하면 우주인 20명 정도가 자원 공급을 걱정할 필요 없이 화성 탐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아킨 교수는 “미생물과 식물로 식품과 의약품, 바이오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면 화성 탐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합성생물학을 통한 물질 생산이 지구에서 검증된 만큼 화성에서도 어떤 지원도 없이 자생해서 살아갈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성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은 지구 미생물의 먼 친척일 수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킨 교수는 화성에 미생물 공장을 실현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하고 있다.
아킨 교수가 이끄는 우주생명공학활용센터(CUBES)는 NASA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다.
아킨 교수는 “NASA는 이미 화성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식품과 의약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뿐 아니라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킨 교수의 관심사다.
아킨 교수는 농업과 산업화로 질산염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로 정화하는 방안을 개발 중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연간 120만명이 사망하는 ‘항생제 내성(AM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미생물과 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아킨 교수는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물질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 과제가 남아 있다”며
“유기체가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지구 환경과 항생제 내성, 우주 탐사를 어느 정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