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화성 탐사선에는 신장 투석기가 필요할까
머스크의 화성 탐사선에는 신장 투석기가 필요할까
2021년 9월 15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솟아 올랐다.
2억달러(약 2700억원)로 추정되는 발사 비용은 결제 대행 회사 ‘시프트4페이먼트’의 창업자이자 우주선 선장을 맡은 재러드 아이잭먼이 모두 부담했다.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 대학 과학 강사 시안 프록터, 이라크전 참전 용사 크리스 셈브로스키가 아이잭먼과 함께 탑승했다.
인스피레이션(영감)4라는 이름의 미션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 관광객들로만 이뤄진 우주 비행이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인스피레이션4 탑승객들의 우주 비행 전후 혈액·피부·대소변·타액 분석 데이터와
인지 능력 테스트 결과를 지난 1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탑승객 4명 모두 염색체 끝부분의 텔로미어(telomere)가 길어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텔로미어가 세포가 유전자를 복제해 물려주는 과정에서 조금씩 짧아지고
닳아 없어지면서 장기 손상과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실제로 노화 방지 연구 대부분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주에서 보낸 인스피레이션4 탑승객들의 3일이 노화 시계를 되돌려 젊게 만든 것이다.
반면 인지 능력 테스트 점수는 지상보다 우주에서 현저히 떨어졌고, 시각적 검색과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다만 지구로 돌아온 뒤 텔로미어 길이를 비롯한 탑승객들의 몸과 정신 상태는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여성 탑승객들은 모든 면에서 회복 속도가 남성보다 빨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스피레이션4 연구 결과를 세계인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아카이브에 올렸다.
“인간이 과연 우주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아카이브에는 가장 유명한 우주 실험으로 꼽히는 ‘쌍둥이 연구’도 포함됐다.
2015~2016년 340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활한 NASA 우주인 스콧 켈리와 지구에 머문 일란성 쌍둥이 마크를 추적 비교한 연구다.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같은 둘을 최적의 연구 대상으로 봤다.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마크 역시 우주왕복선 인데버에 탑승했던 NASA 우주인 출신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ISS에서 스콧의 근육과 뼈 질량은 빠르게 감소했고, 이를 막기 위해 스콧은 하루 2.5시간의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그럼에도 스콧의 체질량은 7%가량 줄었다.
매일 흉부 엑스레이 10장에 해당하는 방사선을 온몸에 받으면서 손상된 유전자가 다수 발견됐고, 면역 체계 역시 변했다.
100배가 넘는 시간을 우주에 머물렀지만 스콧의 회복 과정은 인스피레이션4 탑승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체 상태는 6개월~2년 사이에 우주로 떠나기 이전과 비슷한 상태가 됐다.
우주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인류가 갈 우주는 다르다.
쌍둥이 연구와 인스피레이션4를 비롯한 지금까지의 우주 여행은 거의 지구 저궤도와 ISS에서 이뤄졌다.
우주 방사선에서 사람을 보호해 주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권을 벗어난 우주인은 1969~1972년
아폴로 미션에 참여했던 24명뿐이고, 이 중 12일 이상을 지구 자기장 밖에서 보낸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