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47년 만에 달로 향했다 미국 “중국만이 경쟁자”
러시아 47년 만에 달로 향했다 미국 “중국만이 경쟁자”
러시아가 47년 만에 달 탐사에 나섰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11일 오전 8시 10분(한국시각)
모스크바 동쪽 5500㎞에 있는 러시아 극동 우주 센터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소유스 2.1b’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소유즈 로켓에는 러시아의 달 탐사선인 ‘루나-25호’가 실려 있다.
루나-24호 이후 47년 만의 달 탐사선
루나-25호는 러시아가 47년 만에 발사한 달 탐사선이다. 마지막 달 탐사선인 루나-24호는 1976년이었다.
당시 루나-24호는 170g 정도의 달 샘플을 지구로 성공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의 달 탐사 계획은 중단됐다.
구 소련의 몰락과 함께 여러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거의 반 세기 만에 달로 향하는 러시아의 새 달 탐사선은 구 소련 시절의 명성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루나’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주 활동을 추적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나톨리 자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새 달 탐사선은
구 소련의 유산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루나-25′라고 부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달 착륙선의 구조 역시 소련이 1970년대 만들었던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루나-25호는 달까지 직선 주로를 달린다. 최근에는 달 탐사선의 연료를 절약할
목적으로 지구에서 달까지 직선 경로보다는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발사된 한국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의 경우 지구에서 태양 방향으로 150만㎞ 떨어진 지점에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포인트를 이용했다.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아끼는 대신 지구에서 달까지 비행에 130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지난달 14일 발사한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
역시 발사 이후 지구 궤도를 몇 차례 돌면서 추진력을 얻은 뒤에 달로 향했다.
이 때문에 20여일이 지난 이달 5일에야 달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반면 루나-25호는 발사 5일 뒤에 달 궤도에 도착한다. 지구에서 달로 향하는 직선 경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이후 루나-25호는 약 5~7일 정도 달 상공에서 천천히 고도를 낮추는 타원형 궤도를 돌게 된다.
최종 착륙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우주연구소의 수석 과학자 나탄
아이즈몬트는 인터뷰에서 “가장 빠른 착륙 예정일은 8월 20일이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에서 벌어지는 남극 경쟁… 21세기 승자는 누구
러시아의 달 탐사선이 주목을 받는 건 달의 남극에 도착하는 첫 탐사선의 영광을 차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루나-25호의 착륙 예정지는 달의 남극에 해당하는 지역에 있는 보구슬라프스키 크레이터 근처다.
앞서 인도가 보낸 찬드라얀 3호 역시 달의 남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찬드라얀 3호는 발사가 빨라지만 달까지의 이동 경로가 다른 탓에 최종적인 달 착륙 일정은 루나-25호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인도우주연구기구는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 일정을 23일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일정대로라면 루나-25호가 하루이틀 먼저 착륙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100여 년 전에 지구에서 벌어진 노르웨이 아문센과 영국 스콧의 남극점 경쟁이 달에서 재현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