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가필드 주황색의 과학적 근거 발견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가필드 주황색의 과학적 근거 발견
가필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미국 만화 속 대표적인 고양이 캐릭터다.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주황색 털은 보는 이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흥미롭게도, 주황색 고양이는 대부분 수컷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은 이 털 색깔과 성별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복잡한 생물학적 퍼즐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일본 규슈대학교 의료생체조절학연구소의 사사키 히로유키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의 그레고리 바시 교수 연구진이 같은 날 세계적인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고양이의 주황색 털을 만드는 ‘야옹-돌연변이(meow-tation)’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사키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수컷일 확률이 높고, 칼리코나 토터스쉘 같은 얼룩 고양이는 암컷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특이한 현상은 고양이의 X염색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오랜 추측을 뒷받침한다.
수컷은 X염색체 하나만 있으니 주황색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전체 털 색깔이 주황색으로 고정된다.
반면, 암컷은 X염색체가 두 개이기 때문에 두 종류의 털 색깔 유전자가 조합돼 얼룩덜룩한 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
사사키 교수는 이러한 얼룩 무늬가 발생하는 과정을 X염색체 비활성화 원리로 설명했다.
초기 세포 분열 단계에서 한쪽 X염색체가 무작위로 비활성화되면서 각 세포가 다른 털 색깔 유전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무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ARHGAP36 유전자와 주황색 털 색깔의 연관성이다.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에서 특정 부분이 결손된 것이 밝혀졌다.
이 결손은 국제 고양이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여러 고양이 DNA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특히, 칼리코 고양이의 피부 조직을 조사한 결과, 이 결손은 주황색 부위 멜라닌 세포에서 더 활발히 관찰됐다.
ARHGAP36 유전자는 고양이의 털 색뿐 아니라 신체 여러 부위에서도 활성화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 변이가 털 색 외에도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사키 교수는 많은 반려묘 주인들이 고양이의 털 색깔과 성격 간 관련성이 있다고 믿는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전하며 이를 과학적으로 탐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 고양이 애호가들의 자발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사사키 교수는 약 1060만 엔(한화 약 1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하며,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양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질병 치료와 같은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ARHGAP36 유전자와 그 돌연변이에 대한 탐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ARHGAP36 유전자는 고양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인간 피부암이나
탈모와 같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작은 생명체에서 시작된 연구가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기대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낸 신비한 발견,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