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뇌를 위한 마사지 노폐물 배출로 인지 기능 보호
건강한 뇌를 위한 마사지 노폐물 배출로 인지 기능 보호
수술이나 약물 없이 단순한 마사지로 치매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발표되었다.
피부를 가볍게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 겸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및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뇌에서 생성된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할 수 있는 피부 자극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며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같은 독성 물질 및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찌꺼기를 외부로 배출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뇌척수액 배출 능력이 감소하며, 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IBS 혈관연구단은 2019년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뒤쪽에서 목 부위 림프절로 배출되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바 있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림프관 기능이 저하되면 이 배출 경로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림프관은 노폐물과 면역 세포를 운반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림프절은 이러한 림프관에서 불순물을 여과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후 연구진은 지난해 림프관의 기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특히 목에 분포한 림프관을 수축·이완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당시에는 약물을 통해 림프관을 감싸고 있는 근육세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약물 없이 물리적인 피부 자극만으로도 뇌척수액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에 주목했다.
생쥐 실험에서 연구진은 뇌척수액이 눈 주변, 코 안쪽, 입천장 등의 림프관으로 이동해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거친 뒤 턱밑 림프절로 배출된다는 경로를 영상으로 관찰하였다.
실험 중 얼굴 피부 밑에 위치한 림프관을 기계 장치를 이용해 가볍게 자극했더니 림프의 흐름이 촉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노화된 쥐에서는 림프관 기능 저하로 인해 뇌척수액 배출량이 약 30% 감소했으나,
눈 밑과 턱 주변 피부를 기계적으로 자극하자 뇌척수액 배출이 최대 3배 증가하며 젊은 쥐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사람과 해부학적 구조가 유사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관찰되었다.
윤진희 IBS 혈관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지나치게 강한 자극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
정밀하게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부 자극 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조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실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대한 지도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뇌척수액 배출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