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의약품도 관세 폭탄 예고 최대 수출시장 뚫을 해법 찾아라
美 의약품도 관세 폭탄 예고 최대 수출시장 뚫을 해법 찾아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한 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철강, 석유 등과 함께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세를 내고 싶지 않으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대상과 방안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일 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에 공장 지어야 하나” 고심
지난해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6343억2000만달러(약 921조원)로, 세계 시장의 50%에 육박한다.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84억8361만달러였는데, 이 중 대미(對美) 수출액은 15억364만달러(18%)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올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는 트럼프 2기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보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와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미국 내 약가(藥價) 인하와 중국 견제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외 국가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수출 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타격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국내에서 완제 의약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휴젤 등이 영향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를 검토하는 중이다.
셀트리온은 주주 서한을 통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2025년 3분기까지는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관세가 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완제 의약품보다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 의약품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장기적으로는 완제 의약품뿐 아니라 원료 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 기지의 인수 또는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공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앞서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의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 공장을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공장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설비를 증축하면서 연내 차세대 의약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도 미국 텍사스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공장을 확보한 데 이어 2~3년 내 미국에 추가 공장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
미국 제약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의약품 관세 제외’ 로비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병원과 제네릭(복제약) 개발 제약사로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라는 압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