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000억 팔린 국산 신약 국내선 못사는 이유
美서 1000억 팔린 국산 신약 국내선 못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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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미국에 출시한 뇌전증(腦電症·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1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노바메이트의 분기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3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2708억원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분기(909억원)와 2분기(1052억원)에 분기 매출 기록을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2020년 5월 미국 시판 이후 4년간 매출액은 총 7263억원이다.
뇌 신경세포가 이상을 일으켜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 치료에서 세노바메이트는 뛰어난 효능으로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약을 복용해도 발작이 멈추지 않던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도 발작 조절 효과를 보여 미국에서 현존 최고 뇌전증 치료제로 꼽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약이 나오지도 않았다.
국내 바이오 회사가 개발한 신약인데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차라리 수입이라도 해달라”는 환자들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안 파는 한국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11월 미 식품의약국(FDA), 2021년 1월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아직 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제약 바이오업계는 한국의 낮은 신약 약가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으면 해외에서도 한국의 약가 수준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데
한국에서 책정되는 약값이 워낙 낮아 일부러 허가를 미뤘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약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 편익과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약가를 낮춰온 영향이다.
물론 약값이 싸면 단기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 신약을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 다른 나라와의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신약을 한국에서 가장 나중에 출시하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허경 대한뇌전증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는 1알에 5만~6만원
유럽에선 평균적으로 7000~9000원 정도 가격인데 국내에선 3000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약가를 무조건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것은 한국 출시를 미루는 ‘코리아 패싱’을 심화해 오히려 환자들의 고통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제약업체가 개발한 신약들이 낮은 약가로 인해 쉽사리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도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 환자들의 불이익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이 보험 급여 적용까지 걸리는 기간은 한국이 46월로 미국(4월)의 11배, 일본(17월)의 2배 이상이다.
글로벌 신약의 1년 내 도입률도 5%로 OECD 평균(18%)에 크게 못 미친다.
신약을 홀대하는 정책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물론이고 한국 제약사들도 국내 시장을 외면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출시는 2026년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판권 계약을 맺은 동아ST를 통해 2026년 건강보험(건보) 급여를 등재한다는 목표다.